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 Jun 29. 2021

치매환자와의 대화에서 알아야 할 것들

치매환자와 대화하기

  누군가와 긴 시간을 보낸다면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일은 아마 대화일 것이다.

  대화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어서 누군가는 대화에 방법이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화에는 기술이 존재한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즐겁고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대화는 불편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화의 기술을 배우고 연습하여 좋은 대화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들 조차 가족 간의 대화에 있어서는 올바른 방식으로 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과의 대화를 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대화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신경을 쓴다는 것이고 에너지가 소모되는 행동이다. 편한 가족과 대화를 함에 있어서 이러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론 좋은 대화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가족과의 대화도 잘할 수 있을 것이지만 대부분은 그것이 쉽지 않다. 훌륭한 대화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도 가족과의 대화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겪기도 한다.


 가족이 치매환자가 되면, 과거에는 별것 아니었던 대화의 문제가 갑자기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기존에는 그래도 버틸만했던 대화에서의 문제와 어려움들이 치매 돌봄의 스트레스와 더불어 폭발하는 것이다. 마음을 아무리 다잡는다 하더라도 대화의 기술이 훈련되지 않았다면, 치매환자와 대화의 끝은 결국 부정적이 될 것이다.  만일 기존에 가족 간의 대화가 잘 이루어졌다면, 그 가족이 치매환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대화에서의 어려움이 적은 경우가 많다. 평소에 사소했던 문제들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문제들이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문제가 되는 경우는 치매환자를 돌보며 발생하는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치매환자와의 대화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먼저 표정과 어투이다. 다시 말해 어떤 대화를 하는 것인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는 치매가 진행될수록 더욱 그렇다. 즉, 어떠한 표정과 말투로 대화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찡그린 표정과  화난 목소리로 만한다면 좋은 말이 아니다. 비언어적 행동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치매환자와 이야기할 때는 얼굴을 마주 보고 환한 웃는 얼굴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치매환자가 불만을 이야기하거나 화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어야 한다. 평소보다 과장된 방식으로 행동을 해야 치매환자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또 더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긍정적 답변이다. 치매환자가 상식적이지 않은 요구를 하거나 공격적인 언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에 대항하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행동이다. 그냥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잘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눈앞에서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다음번에는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맞다. 상식적이지 않는 요구에 그렇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식적이지 않는 요구를 하고 그에 대해 대항하여 그 요구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치매환자게 깨닫게 했다고 하자. 자녀는 물론 잠깐 내가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치매환자의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에 그다음에는 또 다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자녀에게 화를 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분 나쁜 순간을 넘기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대화의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화재를 기분 좋은 이야기로 전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화가 났을 때는 일단 그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다가 치매환자가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면 아참, 하면서 좋았던 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예전에 아버지가 집을 사셨을 때 있잖아요 그때 참 좋았었는데,'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기분 좋았던 이야기를 계속 반복적으로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런 기분 좋은 이야깃거리를 하나둘 씩 만들어 나가면 된다. 


 이렇게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이 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선 지루하고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치매환자의 돌봄의 목적은 현 상태 유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즉, 긍정적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으려면 결국 기분 좋았을 때를 반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치매환자와의 대화는 일반적인 대화와는 다르다. 따라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치매환자와의 대화를 통해 무언가 스스로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치매환자와의 대화는 많이 하면  할 수 록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 정상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치매환자와의 대화를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대화로 만드는 것은 가족 입장에서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치매환자와의 대화를 힘들어하는 나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죄책감을 갖을 필요도 없다. 그런 생각은 오랜 시간 치매환자를 돌보는 데에 있어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할 책무로 인식하는 것이 더 낫다. 만일 당신이 치매환자와 대화를 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축복받은 일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전 04화 치매환자를 더 오래 돌보기 위해서는 내가 편해야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