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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Jun 28. 2021

치매환자를 더 오래 돌보기 위해서는 내가 편해야 한다.

치매 문제행동에 대한 인식과 판단



  대부분의 사람이 치매하면 떠올리는 행동이 있다. 대변을 만진다던가, 사람을 못 알아본다 건가 하는 행동들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우리가 치매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이미지 일 것이다. 학술분야에서는 이를 치매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 이라고 부른다.


 치매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 이 행동심리증상의 종류를 분류하기도 하고 심각한 정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지표는 당연히 내용이 복잡하고 실제 측정하기도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거나 간호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표이기 때문에 가족 돌봄 제공자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치매환자의 보호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심리행동증상 중에서도 돌보는 사람의 스트레스나 부담을 높이는 행동들이다. 의료분야와 달리 돌봄의 영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치매가 얼마나 많이 진행되었는가 보다는, 그로 인한 행동심리증상이 얼마나 돌봄자에게 부담을 주는지 이다. 더 직접적이고 관계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시각은 다분히 공급자 중심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행동심리증상으로 인한 문제는 치매환자의 안전뿐 아니라 보호자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하고, 삶의 질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분명히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심리행동증상의 심각도를 확인할 때에는 보호자가 그 증상으로 인해 얼마나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치매환자와 그를 돌보는 보호자를 보면 조금 더 객관적으로 돌봄의 어려움을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계속 중얼거리는 심리행동증상을 보이는 보이는 치매환자가 있다고 하자. 그 치매환자의 첫째 아들은 어머니가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그럴 때마다 어쩔 줄 모르거나 화를 낸다. 하지만 둘째 아들은 그런 것에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뿐더러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성격이다. 당연히 큰 아들이 느끼는 심각도와 작은 아들이 느끼는 심각도에는 차이가 있다.  즉, 돌보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같은 행동심리증상의 심각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지 돌보는 사람이 '느끼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돌보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당연히 치매환자도 돌보는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돌봄 제공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치매환자의 행동심리증상은 더욱더 많이, 그리고 격렬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얼마나 큰 부담을 갖는지는 치매환자의 상태 만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치매환자의 보호자의 대응과 함께 연결해서 보아야 한다.


 행동심리증상의 심각도를 돌봄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은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하지만 치매는 치료될 수 없기에 돌봄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버티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행동심리증상의 심각도를 돌봄자 입장에서도 바라봐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돌봄자에게 지나치게 가중한 부담을 준다면 그 돌봄자는 돌봄을 지속할 수 없다. 돌봄자의 삶의 질,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돌봄의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무리하면 오래 돌볼 수 없다.


 그래서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생겼다면 치매환자를 쉽게 돌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얼핏 굉장히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치매환자를 돌본다고 결심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당신이 치매환자를 돌보기로 결심했다면, 몸이 부서져라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치매환자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모실 수 있을지 전략을 짜야한다.


그리고 그 전략은 치매환자의 행동심리증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그 행동심리증상이 내게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에 따라 제도나 요양시설의 도움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 치매환자와 함께 사는 삶은 결코 만만치 않으며 짧지도 않다. 5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 삶을 적어도 10년은 더 지속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자.


 다행히 치매의 진전이 많이 되어 인지기능이 더 손상된다고 반드시 돌봄의 부담이 더 증가하지는 않는다. 인지기능 저하 이후 오히려 돌봄의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이 있다.(예를 들어 가족을 의심하는 행동은 인지기능의 저하가 진행됨에 따라 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지기능의 손상 정도, 신체기능의 손상 정도와는 별개로 돌봄의 부담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치매의 진전과 별개라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즉, 치매환자의 진행 정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치매의 진행에 따라 삶의 방식과 돌봄의 방식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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