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돌봄을 받아 봤다. 그랬기에 돌봄은 우리에게 익숙한 행동인다. 우리는 모두 돌봄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돌봄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의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돌봄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돌봄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관계'라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독특한 특징이며, 일반적인 서비스와 돌봄 서비스의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 A가 B를 돌본다,라고 했을 때, 그 A가 혹은 B가 누구인지에 따라 돌봄이 많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수준의 돌봄을 제공하더라도 그 대상이 모르는 사람이냐, 혹은 자기 부모냐에 따라 돌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돌보는 사람이 같다고 하더라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돌봄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치매환자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상황이 되면 일단 치매환자와의 관계에 대한 재정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 수준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관계는 이전의 관계와는 달라져야 한다. 당신이 치매진단을 받은 가족을 돌보게 되었다면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물론 각 가정마다 사람마다 다양한 관계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관계를 갖는 것이 좋다고 말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관계를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안전한 조언을 한다면, 조금은 거리를 두는 것을 권하고 싶다.
치매는 뇌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판단, 사고 등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조금 심각하게 말하면, 치매진단을 받은 사람은 옛날과는 다른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치매 환자의 말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행동 하나에 근심에 휩싸인다던가 하는 태도는 치매환자에게도, 돌보는 사람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치매환자를 바라보려고 노력해서 인지기능의 저하 정도를 파악하고, 치매환자의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추어 대응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다. 치매환자는 점점 더 보호자에게 의존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관계도 조금씩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물론 다르다. 너무 친밀하거나 부정적인 관계는 치매환자의 변화에 따라 마음에 큰 부담을 주거나 스트레스를 높일 수 있다. 높은 스트레스는 치매환자를 오래 돌볼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돌봄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따라서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 좋은 관계였건, 혹은 나쁜 관계였던 상관없이 내가 치매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면 마음의 거리를 조금 두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환자를 마음으로부터 멀리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치매환자의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고, 과거보다는 미래에 집중하라는 의미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오늘 있었던 치매환자의 언행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무조건적인 봉사나 친밀한 관계가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불러올 수 있다.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관계는 환경, 가족의 수, 동거가족, 인지기능, 신체기능, 경제적 상황, 사회적 상황, 과거의 경험,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사실 치매환자를 돌보는 과정은 '우리' 상황에 맞는 적절한 관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