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 Sep 22. 2021

치매 환자를 돌보게 된 당신을 위하여


제일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치매하면 영화, 드라마, 뉴스, 기사,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에서 묘사하는 비참하고 부정적인 상황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내 가족이 치매 진단을 받게 되면, 혹은 치매라는 의심이 들게 되면 불치병에 걸린 것 처럼 겁을 먹고 걱정하게 된다.


 아, 물론 불치병은 맞다. 치매는 치료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금방 생명이 위독한 질병도 아니다. 아마도 치매보호자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치매환자하면 떠오르는 '이상한' 행동들 일 것이다. 치매진단을 받은 내 가족이 대변을 벽에 바르고, 밥상을 뒤엎으며, 하루종일 욕을 하는, 그런 행동을 할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다시한번 말한다. 

 치매 돌봄에 대해 너무 겁을 먹지는 말자.


 치매에 걸린 모두가 당신이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처럼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는 극적인 요소를 위해서 당연히 상당히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다. 뉴스나 기사에서 읽은 사례들은 독특한 사례니까 그렇게 기사화 되고 뉴스가 된 것이다. 당연히 기존과는 많이 달라지겠지만, 치매환자의 삶이 꼭 그렇게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치매는 관리해야하는 질병이다. 당연히 점점 안좋아지겠지만 관리하면 그럭저럭 삶의 질을 유지할 수는 있다. 심지어는 즐겁게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사실 치매진단을 받은 직후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이제 혼자 생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가장 먼저 인식해야할 점은 바로 그것이다. 이제는 혼자서 생활할 수 없다. 반드시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 처음 떠올렸던 그런 온갖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치매진단을 받고 나서 얼마나 더 살수 있을지는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장먼저 생각해야할 점은 이제 남은 인생을 혼자 살 수 없게 되었으니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가족의 도움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것은 돌봄서비스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치매환자를 위한 돌봄서비스가 존재한다. 심지어 꽤나 잘 만들어져 있다. 이에 대해 우선적으로 알아보고 공부해서 장기간의 돌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치매환자의 돌봄은 10년이 될 수도 20년이 될 수도 있다. 반드시 장기간의 돌봄을 예상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다음으로 관심 가져야할 것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이다.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해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치매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노력을 해야한다. 당연히 약도 먹어야할 것이고 주기적으로 검사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를 소홀히 하면 치매는 정말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앞서 치매는 관리되어야한다고 했다. 관리라는 것의 대부분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이후에야 마음의 준비를 해도 늦지않다.


 치매환자의 기억력은 아마도 점점 나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는 기억을 하기도 한다. 그 남는 기억에 최대한 좋은 기억들을 남겨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운하고 불편한 이야기는 피하고, 기분좋고 즐거운 이야기를 주로 해야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점차 치매환자의 말은 점차 믿을 수 없어질 것이고, 의미있는 대화를 하기도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기쁨,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화의 태도이다. 


 그렇게 해야 치매진단 이후에도 가족과 잘 지낼 수 있다. 치매로 인해 여러가지 사건과 사고가 생기고, 혹은 비극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일이 생기더라도, 유쾌하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태도이다. 사실 처음이 어렵지 하다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많은 치매환자의 보호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참 즐거운 일이다. 이제 좋은 이야기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천천히 이별을 준비해야한다. 치매는 사람을 바꾸어 버린다. 이제는 과거의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이제 내가 알던 사람과는 이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물론 슬픈일이지만 그렇게 금방 이별하는 것은 아니니 이별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 


 처음에 걱정하지 말라고 해놓고 이별을 준비하라니 참 죄송스럽다. 치매를 돌보는 것을 돕는 여러가지 서비스들이 있으니 이를 이용한다면 잘 돌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중한 사람을 보내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 과정이 비극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당신이 치매환자의 보호자라면, 환자는 대게 부모님이나 배우자일 것이다. 그들과 치매로 이별을 하게 되되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자. 어차피 이별을 해야 하지 않는가. 조금 힘들긴 하지만 치매환자와도 좋은 추억으로 잘 이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