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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Jan 19. 2022

요양보호사, 사람을 돕는 사람


만일 당신의 어머니가 거동이 어려워지셔서 장기요양등급을 받고 방문요양서비스를 신청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당신의 집으로 아마 '요양보호사'라는 분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그분을 처음 봤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1. 평가. 괜찮은 사람일까?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해야지.

2. 의심. 혹시 어머니에게 함부로 할 사람은 아니겠지?

3. 경시. 이런 일 하는 사람은 초장에 기를 확 잡아야지.

4. 안심. 이제 어머니 돌보는 문제는 맡기면 되겠지.

5. 호의. 우리 어머니를 돌봐줄 분이니까 잘 보여야겠다. 


뭐. 도덕문제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1번, 2번, 3번은 정말 아닌가? 사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이 받는 시선은 안타깝지만 1, 2, 3번이다. 그리고 4번도 안심이라기보다는 떠넘기기에 가깝다.(당연히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이다) 


그럼 가장 적절한 태도는 5번일까? 하지만, 5번이 정답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래도 우리 어머니를 돌봐줄 분인데, 평가하거나 의심은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럼, 반대로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는 무엇일까?


이번에는 좀 쉽다. 

3번. 경시.


그렇다.

제발 요양보호사를 경시하거나 무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요양보호사는 당신보다 부족하고, 못나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생계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요양보호사가 당신보다 낮은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계급의식을 가진 사람 일 수록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두말할 여지도 없이 상당히 무식한 행동이다.


또한 단지 직업에 귀천이 없기 때문에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사람을 돌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무시받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직접 돌봄은 육체 노동일뿐 아니라 감정노동이기도 하다.  돌봄의 질은 기본적으로 사람 간의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좋은 돌봄'을 제공하려면 '좋은 관계'가 필수이다. 생각해 보자. 상대방을 미워하면서 잘 돌볼 수 있을까? 혹은 무시를 당하면서도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을까? 억지로 몸은 움직이고 표정은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절대로 좋은 돌봄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요양보호사가 무시를 받는 다면, 아니 당신이 요양보호사를 무시한다면 좋은 돌봄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적어도 요양보호사를 경시하는 태도는 무조건 버려야 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혹은 요즘 세상에 그렇게 무시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를 낮추어 보는 문제는 제도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시되어 왔고 생각보다 심각한 편이다.


2020년에는 공단에서 공익 캠페인을 하기도 했다.(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는 않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공익캠페인. 재미있게 만들어서 그래도 꽤나 언급되었다.


물론 요양보호사로 일한다는 것은 물론 당장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아 다른 일을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보람을 느끼는 선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돈만 보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적어도 어느 정도의 친절함을 가져야 하고 사람을 돕는 것에 보람을 느껴야 한다. 한두 달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면 절대로 오래 할 수 없다. 아무리 일자리가 없어도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뉴스에서 가끔 등장하듯  노인학대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는 정말 극소수이며 대다수는 선량한 마음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정말로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서, 그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이 행복해서, 어르신들과 이야기하고 웃는 것이 즐거워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만일 당신이 요양보호사를 만나게 된다면, 

조금은 더 호의를 가진 시선으로 그분을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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