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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Oct 25. 2021

방금 식사 하셨잖아요.

치매환자 식사 관련 문제

치매환자와 관련한 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장면이 있다.


"밥줘! 이년이 밥도 안주고 나를 굶여 죽이려고 하네!"


 고부간의 갈등과 치매 돌봄의 어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다 시누이가 나타나 우리 엄마 식사도 제대로 안 챙겨드려요? 라고 쏘아붙이면, 완벽한 억울하고 불쌍한 며느리가 완성된다.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사실 식사로 인한 문제행동은 다른 문제행동에 비해서는 많이 나타나는 편은 아니다. 식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식사를 하려고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무한히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다만 돌보는 사람의 스트레스가 심하고 어르신의 비만이나 배탈등의 문제는 주의해야 한다.  


 치매 발병 이후 무언가를 계속 드시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과식으로 인해 배탈로 고생하시기도 하고 며칠 고생하고 난 이후에도 또 그렇게 많이 드시는 경우가 있다. 혹은 너무 많이 드시고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식사로 인한 문제는 어느정도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 편이다. 요양기관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 드리기 때문에 식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없고, 가정에서는 한 두번 경험하게 되면 돌봄자가 드리는 양을 조절하게 된다.


 이로 인한 더 현실적인 문제행동은 계속된 요구일 것이다. 계속 먹을 것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돌봄이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밥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잠시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금방 식사하셨잖아요, 라고 말하거나 너무 많이 드시면 탈이 나서 안돼요 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별로 좋지 않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요구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경우에는 또 다른 언쟁이 계속 될 수 있으며 결국에는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 차라리 죄송하다고 하면서, 그냥 지금 밥을 하고 있다, 국을 끓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낫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었다, 어제도 굶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시면 돌보는 입장에서는 반발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반발심에 아니라고 이야기 하면 다시 싸움이 될 수 있다. 쉽진 않지만 이럴 때는 그저 어르신이 하신 말씀을 반복해서 다시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아, 어제도 굶으셨어요?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드셨어요?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든 그렇구나. 죄송해요. 제가 얼른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라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물론 가정에서는 이러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공격적인 행동과 함께 계속 요구를 하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쌀튀밥이나 뻥튀기 같이 열량이 낮고 먹는 데에 오래걸리는 음식을 조금씩 드리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죄송해요 밥 하는 동안 이거라도 먼저 드시고 계세요. 하면서 말이다. 물론 이것도 너무 많이 드시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조금씩 여러번 드려야 한다.  


 반대로 식사를 거부하시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정말로 위험한 행동이다. 식사를 안하시게 되면 하루이틀 안에 어르신은 와상환자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병원에 가는 것 말고는 딱히 조치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요양기관에서 만약 어르신이 식사를 계속 거부하실 경우 비위관을 통해서 음식물을 드린다. 흔히 '콧줄'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코에다가 관을 삽입하는 것으로 매우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비위관을 삽입하게 되면 당연히 삶의 질은 현격하게 저하될 수 밖에 없으며 어르신이 이를 잡아빼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신체를 구속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경우에는 별다를 방법이 없다. 


 또한 치매진단 이후 편식을 심하게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유동식이라고 해서 여러가지 영양분이 포함된 죽과 같은 것을 드리는 것을 권한다. 유동식은 그것만 먹어도 되게끔 구성된 식사이기 떄문에 보조적으로 함께 드리면 영양불균형의 문제는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 


 이 외에 이식증이라고 하여 음식이 아닌 것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당연히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며 가끔 음식이 아닌 것을 음식으로 착각하고 드시는 경우가 있다. 비누를 사과처럼 베어 문 다던가 바둑알을 드신다던가 하는 경우인데  이 때에는 그 물건을 치우면 대체로 문제가 사라진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치매가 아니라 치아나 뇌졸증 등과 같은 문제로 저작곤란, 연하곤란 등의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도 있다. 이 경우 각기 질환의 특성을 고려하여 영양 공급을 해주어야 한다. 어르신들의 경우 영양문제만 해결되어도 기력을 회복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요양기관에 입소 이후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는 대부분 이런 경우이다. 가정에서는 여러 영양분을 고려한 식사를 제공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어르신들은 선호하는 음식이 뚜렷한 경우가 많고 치아 등의 문제로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기가 정말 어렵다. 돌보는 사람의 정성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영양관리는 지식과 전문성, 자원 등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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