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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양러너 Jun 18. 2021

양양일보 2

- 줍깅 1편 -

양양으로 이주한 후 시작한 러닝.

원래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서울에선 딱히 할 생각이 들지를 않았었다.

양양에 와서는 괜시리 이런저런 이상한 목표들을 세우면서 그 중에

‘바닷가를 따라 달려서 어디까지 갈 수 있나?!’를 알아보기로 했다.


........


대체 왜?????


그런데 어쨌든 하기로 했으니 해보는 거지…




우선 오랜만에 달리려니 러닝화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신발과 옷을 샀다. 아는 지인이 해변에서 뛰면 초강력 자외선이 날 태워버릴 거라며 사 준 모자를 시작으로 운동용 마스크, 플립벨트, 선글라스…지난 주에는 고프로까지 사게 되었다…;;;


점점 늘어나는 자매품들


처음에는 그냥 달리기만 했는데 달리다보니 담배꽁초가 너무 보기 싫어서 '다 주워버리겠어!!'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쓰레기 줍기..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어 찾아보니 줍깅(플로깅)이라 하더라. 그런데 플로깅하는 사람은 플로거라고 하던데...줍깅은..줍거...줍깅어...줍깅이??? 시끄럽고


내가 하는 것은 단순히 달린 후에 쓰레기를 줍는 것이라 플로깅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달리면서 줍자니 시간 측정도 안되고...우선 갈수록 무거워지므로..달릴 수가 없어진다!!!


낚시하고 낚싯대는 버리고 가는 플렉스케일!                                                 달린 후에는 이렇게 휘적휘적 걷게 됩니다.     
줍깅하고 싶은데 줏을 수가 없깅....  밧줄/그물 쓰레기양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담배꽁초는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고..한 번에 쓰봉을 다 채우지 못하면 차에 싣고 다니다가 다시 써야하는데 꽁초 냄새는 정말이지 아무리 꼭꼭 묶고 조여도 지독하게 새어나와서 도저히 차에 싣고 다닐 수가 없다. 한 번에 쓰봉을 채워버리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도 주울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지난번 넷플에서 '씨스피러시'를 보고 알게 된 해양쓰레기의 실체를 느끼게 되었지. 그 아무리 담배꽁초, 플라스틱 용기, 빨대가 많이 버려진다 한들 어업에 쓰이고 버려지는 밧줄과 그물에 비해서는 태~~~~~~~~~~~~~ㄱ도 읎다. 그리하여 나는 외쳤다.


밧줄과 그물을 마구 버리는 밧줄/그물인각성하라!!                                     

                     부디 각성하시기 바랍니다.


더하여..부탁의 말씀을 하나 더 드리자면...올여름 동해바다를 찾는 분들은 부디 쓰레기는 꼭 쓰봉에 담아서 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려주시기 바랍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해변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나 담배꽁초가 많긴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곳에는 땅에 파묻히고, 돌에 엉킨 거대한 밧줄과 그물들이 손을 쓸 수 없게 된 채로 수없이 버려져 있다. 물론 해변에도 여기저기 밧줄과 그물이 돌아다니고 거기에 플라스틱과 꽁초가 더해진 수준이지만..


여하간..이렇게 달리고 줍다보니 양양의 해변에서부터 어느새 고성 가진해변을 지나 화진포해변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또 하다보니 3~40분 달리려고(쓰레기도 줍지만) 3~40분 차 타고 가는 게 맞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허나 또 애초에 시작한 이유가 달려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를 알고 싶었던 거라서 멈추지도 못하겠고...라고 아주 잠깐 고민했다가 화진포까지만 달리고 다시 돌아내려오기로 마음먹었찌.


결국 나의 첫 목표는 '양양에서 화진포까지' 달린 것으로 마무리 될 것 같다.




혹 동해를 달리며 줍깅하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 함께해도 좋겠다. 나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계속 줍깅 할거깅께.

발 담그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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