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겉핥기 탐구

by 연하당

북촌에는 참 많은 동(洞)이 있다. 행정동이야 가회동과 삼청동으로 간단하지만, 법정동으로 따지자면 무려 열한 개 동이 있으니. 한옥집 한 채를 구하기 위해 남의 동네를 열심히 쏘다니며 받았던 북촌 동네들의 아주 주관적이고 지엽적이며 표면적인 인상.


1. 가회동

한옥을 향한 호기심과 신비, 그리고 인생 샷을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눈빛의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동네. 조금 높은 곳에 오르면 종로의 도심과 남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북촌 내에서도 가장 멋진 한옥이 모여있는 그야말로 북촌의 대표주자 격인 동네다.

2. 계동

계동에 있는 한옥집을 몇 채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부동산에서 "핫한 계동길"이라고 했던가. 현대사옥에서부터 중앙고에 이르는 계동길에 있는 가게들은 확실히 항상 붐빈다. 핫한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내게는 "대구참기름집"이 있는 동네로 인식된다.


3. 삼청동
상업지역은 제외하고, 거주지가 몰려있는 삼청동 35번지를 중심으로 보자면, 정독도서관으로부터 북으로 향하며 서쪽으로 경복궁 및 청와대 부속건물 일부, 인왕산, 백악산 까지 아주 멋진 경관이 열리는 곳이다. 아주 북쪽에 위치한 삼청동 1번지에서는 복개되지 않은 개천을 만날 수 있고, 도시계획공원 1호인 삼청공원이 있는 동네. 요즘 도심에 만들어지는 공원과는 달리 묘하게 덜 꾸며진 느낌의 공원이라 걷기 참 좋다.

4. 팔판동
국무총리공관 및 청와대로(路) 인접 동네라 지나다닐 때마다 치안이 아주 든든하겠다는 느낌.

5. 원서동

창덕궁 서측으로 길게 놓인 동네인데, 궁궐이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지어진 다층 건물이 많은 동네다. 고희동 미술관 근처에는 한옥이 좀 남아있는데 창덕궁의 벽을 집의 담처럼 활용하는 곳도 있다. 동네 가장 북쪽에 위치한 원서동 빨래터도 정겹다.


6. 안국동

그 유명한 윤보선 가도 안국동이고, 전통적인 부자동네답게 그 외에도 큼직한 필지가 많다. 역과의 접근성도 대부분 200m 이내에 지형도 평탄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 그리고 향후 송현동 부지에 들어설 이건희 미술관이 가까운 동네.


7. 소격동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 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 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소격동, 서태지

바로 그 소격동인데 국립현대미술관서울 부지를 제하면 남은 면적은 좁다. 한옥 자체는 좀 남아있지만 실 거주로 사용하는 한옥은 이제 극히 드물지 않을지.


8. 사간동
사실상 미술관 거리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공심가 게스트 하우스 주변 동네는 굉장히 조용하다. 송현동 부지가 개발되면 큼지막한 공원이 집 바로 뒤에 생기는 꼴이니 참 좋을 듯.

9. 재동
지명의 유래가 좀 무서운 동네. 헌법재판소와 상업공간이 대부분이다. 맛집도 많은데, 나의 추천은 재동순두부.

10. 화동
정독도서관이 동네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서쪽에 거주용 한옥이 좀 남아있다. 골목에 차량 진입이 안되기 때문에 아주 조용하고, 먹고 마시는 삼청동 상업 지구까지의 거리가 가깝다.

동네 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는 북촌. 이런 매력이 오래도록 지속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000015.JPG 오키나와(2015), Pentax MX/Kodak Ultramax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