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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Nov 19. 2021

북촌 겉핥기 탐구

북촌에는 참 많은 동(洞)이 있다. 행정동이야 가회동과 삼청동으로 간단하지만, 법정동으로 따지자면 무려 열한 개 동이 있으니. 한옥집 한 채를 구하기 위해 남의 동네를 열심히 쏘다니며 받았던 북촌 동네들의 아주 주관적이고 지엽적이며 표면적인 인상.


1. 가회동

한옥을 향한 호기심과 신비, 그리고 인생 샷을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눈빛의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동네. 조금 높은 곳에 오르면 종로의 도심과 남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북촌 내에서도 가장 멋진 한옥이 모여있는 그야말로 북촌의 대표주자 격인 동네다.

2. 계동

계동에 있는 한옥집을 몇 채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부동산에서 "핫한 계동길"이라고 했던가. 현대사옥에서부터 중앙고에 이르는 계동길에 있는 가게들은 확실히 항상 붐빈다. 핫한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내게는 "대구참기름집"이 있는 동네로 인식된다.


3. 삼청동
상업지역은 제외하고, 거주지가 몰려있는 삼청동 35번지를 중심으로 보자면, 정독도서관으로부터 북으로 향하며 서쪽으로 경복궁 및 청와대 부속건물 일부, 인왕산, 백악산 까지 아주 멋진 경관이 열리는 곳이다. 아주 북쪽에 위치한 삼청동 1번지에서는 복개되지 않은 개천을 만날 수 있고, 도시계획공원 1호인 삼청공원이 있는 동네. 요즘 도심에 만들어지는 공원과는 달리 묘하게 덜 꾸며진 느낌의 공원이라 걷기 참 좋다.

4. 팔판동
국무총리공관 및 청와대로(路) 인접 동네라 지나다닐 때마다 치안이 아주 든든하겠다는 느낌.

5. 원서동

창덕궁 서측으로 길게 놓인 동네인데, 궁궐이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지어진 다층 건물이 많은 동네다. 고희동 미술관 근처에는 한옥이 좀 남아있는데 창덕궁의 벽을 집의 담처럼 활용하는 곳도 있다. 동네 가장 북쪽에 위치한 원서동 빨래터도 정겹다.


6. 안국동

그 유명한 윤보선 가도 안국동이고, 전통적인 부자동네답게 그 외에도 큼직한 필지가 많다. 역과의 접근성도 대부분 200m 이내에 지형도 평탄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공예박물관, 그리고 향후 송현동 부지에 들어설 이건희 미술관이 가까운 동네.


7. 소격동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 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 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소격동, 서태지

바로 그 소격동인데 국립현대미술관서울 부지를 제하면 남은 면적은 좁다. 한옥 자체는 좀 남아있지만 실 거주로 사용하는 한옥은 이제 극히 드물지 않을지.


8. 사간동
사실상 미술관 거리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공심가 게스트 하우스 주변 동네는 굉장히 조용하다. 송현동 부지가 개발되면 큼지막한 공원이 집 바로 뒤에 생기는 꼴이니 참 좋을 듯.

9. 재동
지명의 유래가 좀 무서운 동네. 헌법재판소와 상업공간이 대부분이다. 맛집도 많은데, 나의 추천은 재동순두부.

10. 화동
정독도서관이 동네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서쪽에 거주용 한옥이 좀 남아있다. 골목에 차량 진입이 안되기 때문에 아주 조용하고, 먹고 마시는 삼청동 상업 지구까지의 거리가 가깝다.  

동네 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는 북촌. 이런 매력이 오래도록 지속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오키나와(2015), Pentax MX/Kodak Ultramax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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