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이름에 생명을 불어넣다 / Lamp Black
[옻칠색]
옻나무 진을 모아 만든 도료의 색
검은 듯, 검지만은 않은 색. 옻진은 마르고 나면 검붉은 색으로 변한다
약재 또는 안료로 쓰이는 물질
[에피소드]
옻칠장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연식이 좀 된 사람이다.
옻칠장은 한때 집안의 중심인 안방에 누구나 갖고 있던, 신혼 필수 가구이자, 아무도 이게 왜 여기 있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가정 필수품에 가까웠다. 주로 십장생들이 나전 무늬로 박혀있었고, 거기에 옻칠을 하고, 코팅을 하면 멋진 옻칠장이 완성되었다. 가끔 심심할 때 옻칠장에 어떤 동물들이 새겨져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학, 거북이, 사슴, 호랑이, 음 그리고 또 소나무, 돌, 멋지게 파도가 돌아나가는 물, 상황버섯(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멋들어진 버섯), 산과 구름이 있었던 것 같다. 이사를 거치고 세월이 지나면서 나전 무늬가 조금씩 깨지고 칠이 군데군데 벗겨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육중하고 묵직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던 옻칠장. 2000년대 들어오면서 무거운 옻칠장에서 가벼운 모던 가구로 바뀌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옻칠장은 이삿짐 센터에서 추가 비용을 달라고 할 만큼 무거웠다. 그만큼 좋은 나무를 썼었으리라. 지금의 가구들은 대부분 합판에 인테리어 필름을 붙인 것들이라 가벼워 이동이 좋지만 그만큼 내구성은 떨어진다. 그리고 그만큼 유행에 따라 바뀌기도 자주 바뀐다. 물론 '자주'라는 것은 옻칠장의 교체 주기를 고려했을 때의 비교적 자주라는 의미이다. 옻칠장은 거의 평생을 사용했고, 때로는 대에서 대로 물려주기도 하였다. 그만큼 튼튼하고 오래가며 유행을 타지 않는 존재였다. 나전의 은은한 화려함과 짙은 옻칠이 보여주는 빛과 반사와 화려함의 향연. 원래부터 있던 것을 계속 보던 때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안다. 옻칠장이 얼마나 화려한 물건이었는지를.
[나만의 색]
옻칠은 검은색에 수렴하는 짙은 회색이지만, 최종 코팅을 통해 더욱 검게 보인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색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짙은 어두움 속에서 얼굴에만 조명을 비춘 것처럼 하얗게 떠오르는 렘브란트의 초상화처럼, 옻칠색은 깊은 어두움에서 주변의 것들을 더욱 빛내준다. 옻칠색은 그래서 깊은 배려의 색이다.
출처 : 색이름 (오이뮤, 20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