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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만찬 Jul 20. 2021

상상 플러스+

끝이 없는요리사의 머리싸움

요리사는 어떤 업종보다 재밌는 경험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는 직군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의 재료가 되는 원물, 재배방법, 농장 특성, 외식업의 형태, 요리사의 경험과 배경 모든 것이 한 곳에 '플러스+' 덩어리로 뭉쳐진다. 


'상상 플러스+'

사실 굉장히 재미있다. 

고유한 단어가 되어있는 음식들, 예를 들면 더덕구이, 레몬셔버트, 페퍼로니 피자, 묵사발, 핫도그처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형태들이 있는 음식들. 그 음식들을 구성요소, 조리방법을 이해하고 하나하나의 레이어를 벗기듯 상상하며 '본질'을 찾아내고, 두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의 음식을 '상상'으로 분해하고 조리법을 다시 설정한다.

오늘은 더워지는 날씨와 여름의 향기 때문인지,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화채가 생각이 나서 직장 동료들과 출근 전 집 근처 중앙시장에 들러 과일화채를 '상상'하며 블루베리, 키위, 수박을 구매했더랬다. 자연스레 오는 길에 수박화채의 구성요소를 생각하다가 사이다, 우유, 미숫가루가 떠올랐고 사이다는 수박과 키위를 갈아서 쉐리와인 비네거와 함께 혼합해서 '수박 드레싱'을 만들었다.

우유를 생각하다가 요구르트가 생각이 났고, 요거트와 생크림으로 휘핑하고 태운 레몬즙을 짠 주스를 같이 섞어 '요거트 샹티 크림'을 만들며 요구르트 볼의 구성요소가 생각이 났고, 구운 아몬드를 캐러멜 라이징화 하여 섞은 '캔디드 아몬드'를 만들었다. 키위는 수박과 같은 크기로 주사위 모양으로 썰었고, 블루베리는 톡톡 터지는 식감을 위해 자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서 '과일 주사위'를 만들었다. 짠맛을 위해 냉장고에 있던 염소젖 치즈를 꺼내 '페타 치즈 크럼블'을 만들었다.


수박, 키위, 블루베리를 섞은 '과일 주사위'

수박과 키위 주스를 이용한 '수박 드레싱'

요거트와 생크림, 레몬주스를 혼합한 '요거트 샹티 크림'

아몬드를 백설탕을 캐러멜 하여 만든 '캔디드 아몬드'

그리고 풀내음과 비주얼을 위한 '쳐빌과 식용꽃' 


요거트 샹티 크림을 곁들인 과일화채와 페타 치즈 크럼블, 그리고 캔디드 아몬드

상상플러스+


자, 그럼 다시 생각해보자

이렇게 구성된 그 배경은 내가 수박화채와, 요거트 볼을 동시에 생각했었었고 여러 차례의 '머리싸움' 상상의 분해와 재결합으로 이루어진 디쉬인 거다.

오늘의 기분, 오늘의 나의 생각은 단 한 개도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흘러가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느낌'이 다 여기에 있었다. 접시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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