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부터 혼자만의 활기를 불어넣는 아침을 보내기 위해 "아침 열기"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하는 취향이 어느 장르에서나 확고해서 일까, 커피는 늘 먹던 성수역 근처에 아침 8시부터 오픈하는 카페에서 즐겼더랬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거나(본인은 비 오는 날씨를 정말로 싫어한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울 때 가 아니라면 꼭 그 카페를 향했었고, 어느 날 아침은 비가 새벽부터 쏟아져내렸고 이 정도 빗줄기면 흙냄새를 맡으며 나온 지렁이들도 아파서 다시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도 했던 날이었는데, 하필 나의 머리는 커피를 달라고 외치고 있었고 하는 수 없이 몇 달 동안 사놨던 원두를 갈아서 카페의 레시피를 그대로 최대한 따라 하며 커피를 내리고 있는 나를 목격하였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아침 열기"
"아침 열기"는 나에게 커피뿐만 아니라 몸속에 따뜻하고 산미 있는 커피가 들어가며 몸에 퍼지는 향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아침 열기"는 커피 원두를 핸드그라인더로 갈며 잠들었던 전완근을 작동시키고, 잘 로스팅된 커피들이 뒤섞이며 파쇄될 때 피어오르는 향미들이 방안을 꽉꽉 매웠다. 뜨겁게 잘 달궈진 93도와 95도 사이의 물이 여과지를 통과하며 올라오는 수증기는 어렸을 적 길거리 만두집을 지날 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호기심에 초롱초롱 거리는 그때의 나를 상기시킨다.
대체적으로 아침엔 더 잠에 취하고 싶어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나에게 시끄럽게 쪼아대는 알람 소리가 울리는 핸드폰을 거의 던지듯이 놓고 날카로워진 채로 일어나는 일이 많았던 나였다.
커피를 즐기되 이후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 커피 냄새가 너무너무 맡고 싶었고, 그라인더를 열심히 돌리며 분쇄되는 타격감도 매우 좋았다. 머리가 산발로 뻗힌 채로 우두커니 거실에 홀로 서서 그라인더를 갈자니, 멍 때리기와 함께 오늘 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일들, 날씨를 확인하고 입을 옷을 생각해 보는 등 많은 생각들로 아침이 매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하루 일과에 큰 원동력이 되어줬다.
아침부터 힘들게 살아내기로 시작했던 일상의 시작이, 이제는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 차버렸다.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고, 밤에도 가까이하던 넷플릭스를 뒤로한 채 꿈나라로 나를 던졌다.
올해는 배가 고팠다.
육체적인 이야기도 포함, 삶이 조금 팍팍했다. 아직도 그 중간 어디를 외줄 타기 하는 느낌이지만.
대전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며 주말에는 아침 일찍 서울에 올라와서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업장과의 협업으로 미팅을 밤낮으로 이어갔고 예전처럼 커피로 "아침 열기" 하는 날은 빈번하게 놓치기 일수였다.
방학기간이 돌아와서, 다시 서울로 방을 얻어 들어왔건만 모아 둔 돈은 없기에 새로 구한 일자리에서 월급을 타기 전까지는 라면 같은 멋진 식품으로 때우거나 할 작정이었다.
의도적인 다이어트도 아니고, 순전 돈이 궁해서 궁핍해서 그래야 한다는 게 속으로는 마음이 아팠고 속상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조금은 챙겨 먹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직장 주변에 집을 구한 나는 산책이라도 가보자며 근처를 서성이다가 근처 시장에 들렀고, 무턱대고 가장 건강할 것 같은 야채, 과일이라도 찾아보자 했다가 토마토를 구입했다.
토마토를 아침대용으로 사용해보자 라는 생각을 안고, 동시에 토마토를 담은 봉지도 안고 집에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토마토 생각에 눈이 번쩍 뜨였고 제일 맛있게 생긴 토마토를 집어 꼭지를 제거하고 찬물에 빡빡 씻고 야무지게 썰어 가장 좋아하는 접시에 담았다.
요리사로 일하며, 어쩌면 모순적이게도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재료'를 사용하지만 '식재료'를 원물 그대로 먹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다. 일정한 수율을 유지하고 퀄리티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주 작은 부분만 먹어본다거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그랬다.
'아삭하다'를 넘어 토마토의 겉껍질은 '바삭하다'로 내게 다가왔으며 치아로 짓눌려질 때 과육이 몽글몽글 돌아다니며 침샘을 자극하다가 심지 부분에 다다르면 오이 같은 야채맛이 올라왔다.
이걸로 또 나는 시작이었다.
"토마토와 함께하는 아침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