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에세이 (21)
선善이 1.
선善아
일상日常의 전투에서 지친 몸 끌고
둥지에 들면
너는 함박꽃 웃음으로 달려와
내 목에 매달리겠지
네 나이 다섯 살에
그러면 나는
앙증맞은 네 두 손 맞잡고
거실에서 안방 건넌방으로
요한 스트라우스에 맞추어
춤추리니,
내 작은 행복幸福이리니-----.
선善아
열다섯에 너는
괜히 방문 걸고
브레드 피트의 브로마이드에
살며시 입 맞추며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듣겠지.
곧 너는 내게로 와서
‘총각선생님께 드릴 선물은 뭐가 좋아요 ?’
‘남자들은 어떤 여자들을 좋아해요 ?’
요것저것 물어 보겠지
그러면 나는
예전에 내가 사랑하였고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는
네 엄마가 (---좀 쑥스럽구나---)
그러하였던 것처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의 노래”
프랑시스 잠, “애가哀歌”가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 지성知性과
시詩를 아는 순결함
그러한 것들이
총각 선생님 뿐 아니라
모든 남자들에게
아주아주 특별한 선물이라고 대답하리라
이건 순전히
낭만의 시대를 살아온
아빠의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요즘 나는 미쉘에게 푹 빠져있다. 그러면 저 양반이 늘그막에 웬 백인여자하고 사귀는가 생각할지 모르겠다.
미쉘은 미국 ABC 방송국에서 1987년 9월 22일 처음 방영되어 1995년 5월 23일, 총 8부작 192개의 에피소드로 매주 금요일 1회씩 장장 6년 9개월간 방영되었던 가족 시트콤 풀하우스(Full House)의 등장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종영되었지만 현재 밴쿠버 Shaw 채널 10번인 옴니(OMNI) TV에서 매일 오후 5시 30분, 7시 30분에 2회 (토, 일요일은 1회) 재방영 중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한 이 드라마는 지역 방송국 대담프로 사회자인 데니 테너를 가장으로 한 가족드라마이다. 데니는 아내인 팜 테너가 교통사고로 죽자 홀아비가 되었고, 세 딸(디제이, 스테파니, 미쉘)을 혼자 키워야 하는 그를 돕기 위해 처남인 제시, 절친한 친구 죠이 글레드스톤이 그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막내딸로 나오는 미쉘 역에는 애쉴리 올슨과 메리 케이트 올슨이라는 쌍둥이 자매가 번갈아 출연했다. 생후 9개월부터 출연했던 올슨 자매는 그들의 성장과정이 자연스럽게 전 미국의 시청자에게 공개되어 마치 시청자들이 자기들의 딸이 성장해 가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했다. 유아용 침대에서 기저귀를 차고 그냥 벙긋 벙긋 웃는 모습에서부터, 걸음마를 배우고 천방지축으로 이리저리 뒤뚱거리며 돌아다니고, 마침내는 말을 하면서부터 이것저것 가족들 일에 참견하고, 그리고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과의 사이에 갈등도 겪으면서 차츰 내면적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흐르는 세월과 함께 지켜본 시청자들은 어느새 자신들의 가슴 속에 미쉘을 간직해 왔을 것이다.
비단 미쉘 뿐만 아니라 스테파니와 디제이의 성장과정도 딸 키우는 부모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둘째인 스테파니는 깍쟁이에 샘이 많아 항상 언니에게지지 않으려 하고 맏이인 디제이는 그런 동생에게 당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한다. 엄마 없는 가정이지만 전혀 구김살 없이 성장하는 데니의 세 딸들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모든 시청자들의 딸들이었다.
아들 셋 가진 가정을 소재로 한 홈 임푸르브먼트 (Home Improvement)도 동일한 채널에서 재방영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별로 보지 않는다. 사내 녀석들이 커가면서 서로 퉁탕거리는 모습보다는 딸 셋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훨씬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던가. 딸 키우는 재미 모르는 부모는 그만큼 삶의 재미도 덜 하다고.
<되돌아보니>
내게는 40여년 인연의 직장선배가 있다. 군에서 제대하고 복직한 중소기업은행 영업부 예금계 대리와 행원으로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딸 셋을 두었는데 다 잘 성장하여 모두 해외유학도 갔다 와서 교수로, 성악가로, 동물병원 운영으로 각자 탄탄한 삶을 영위한다.
그는 이번에 터키, 그리스를 거쳐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갔다 왔다고 한다. 해외여행도 자주 가는 편인데, 그가 부자여서가 아니라 딸들이 여행경비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하기는 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타고, 아들가진 부모는 버스타고 여행 간다고 했던가? 자식들 결혼시켜 보면 아들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내와 자식을 챙겨야 하니 부모는 뒷전이다. 게다가 생업에 바쁘다 보니 부모 챙길 여유가 없다.
그러나 딸들의 부모사랑은 사랑이 충만한 여성의 감성 때문인 듯하다. 딸도 딸 나름이지 하지만 대부분 병원 와서 부모 간병하는 자식은 딸자식이고, 부모 형편 살피는 자식도 딸자식이다. 물론 아들도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자만 아무래도 세밀한 마음 씀씀이는 딸자식을 따를 수 없다.
그래서 그 선배가 참 부럽다. 작년에 내가 한국 방문했을 때 전주 아원고택에서 1박을 선배 부부와 보냈는데 모든 비용을 딸자식이 부담했다고 한다. 비단 금전적인 것 뿐 아니라 수시로 전화해서 부모 안부 묻는 회수는 아들보다 딸이 더 많다. (2024년 9월 26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