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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인도사 Jul 29. 2021

무인도 생활기 연재_팔라완무인도5

죽은 대왕조개가 전하는 말

# 죽은 대왕조개가 전하는 말      

ᅠ따끌로브라 불리는 대왕조개가 해변에 있다. 다큰 대왕조개의 크기에 비한다면 아직 한참 어리다. 조개의 한쪽은 떨어져 나갔고 반쪽만이 엎드려 해변에 붙어 있다. 바위틈 비좁은 곳에 끼어서 살았을 대왕조개는 이름만큼이나 큰 야망을 가지고 있다가 엎어졌다. 겹겹이 물결 모양의 표면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뾰족한 표면이 모두 파도에 갈리고 간신히 숨만 쉬듯 웅크리고 있다. 죽은 조개는 조용하다. 입을 벌리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 그들은 죽어서 말수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ᅠ끝 부분이 슬쩍 깨져 있는 것을 이가 나갔다고 하는데 이 조개도 이가 나가 있다. 시간과 햇살이 이를 다시 자라게 해주는 것을 믿는 듯 며칠째 요지부동이다. 밀물과 썰물 때 이리저리 흔들릴법도 한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쯤되면 대왕조개의 반쪽이 해변 아래에서 생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착각이 든다. 반쪽의 표면은 죽은 모습이만 다른 한쪽은 모래 밑에서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을거란 착각.      



ᅠ바위 틈에서 흔들리지 않았기에, 원할 때 입을 닫는 순간 완벽한 어둠일 수 있었기에 조개는 조금 더 완만한 죽음을 가질 수 있었겠다. 평소에 쩍하고 입을 벌릴 힘을 아껴두니 입을 더 꽉 다물 수 있는 것이다. 단단히 입을 닫으면 그 완벽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만 쉬는 것이 죽은 조개의 일과였다면 며칠만이라도 그 속에서 쉬다 나오고 싶다. 주변 색과 비슷해 있는듯 없는듯 말도 필요없는 삶. 더 잘 보이고 튀는 것보다 그저 그렇게 옆 사람과 조건없이 닮아갈 수 있는 것은 내 입장에선 부러운 일이다.ᅠ 

ᅠ 

ᅠ조개의 표면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표면이 하얀 석회색을 띄고 있다. 뾰족한 겉들이 갈리고 결국 형태로만 남아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완만히 갈릴 정도로 오래된 녀석 등허리에 아직도 해초들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조개가 오래전에 생명을 잃었으니 해초도 생명을 잃은진 오래일테지만 떨어지진 않는다. 조개껍질에 붙어 사는 이들은 조개의 상태, 즉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를 알고 달라붙는다고 하는데 예외도 있나보다. 이렇게 죽어가는 조개에 붙었으니 말이다. 마치 자기가 몇 번이나 누워보고 딱 맞는 관을 짜맞추는 이야기처럼 이끼같은 해초는 조개의 굴곡 사이 자리잡고 있었다. 조개 역시도 자란 크기만큼 죽음으로 남아 꼭 스스로 관의 크기를 짜면서 자라는 모양이니 죽기 위해 사는 것들이다.ᅠ    


  


ᅠ은혜를 갚기 위해 몇 천킬로 떨어진 곳에서도 펭귄이 헤엄쳐 오고, 돌고래가 따라오고, 강아지가 돌아오고, 호랑이가 사냥감을 물어다 놓아준다니 생전에 조개가 해초들에게 무슨 은혜를 배풀긴 했나보다. 외롭지 않게 붙어 있는 친구가 옆에 있어 그들은 내가 시선을 돌리면 늘 이야기중이다. 물 속에서의 파릇한 시간을 떠올리는 것일지도 모르고 이윽고 물 아래에서 떠오르는 순간의 가벼움이 주제일지도 모른다. 서로의 귀에 대고 이야기하니 나는 그 내용을 유추하는 것이 전부다.      


ᅠ나는ᅠ다가가면 어느순간 더 멀어지던 까닭에 쉽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말하지 못한다. 반대로 더 가까워질수록 내가 멀어지려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낯선 사람과 여럿이 있는 것이 어색해 점차 말주변이 없어지고 있는 것도 이유겠다. 무엇보다 이 둘처럼 죽을 각오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죽을 각오로 내 삶을 살지 않아서다. 이제야 입을 꾹 다물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니 조금은 더 여기에 가까워질수 있을까. 한 번 손을 물면 팔을 잘라야한다는 대왕조개처럼 그 누구에게도 공평하고 냉랭하게 나의 어둠과 나의 삶으로 단단해질수 있을까.ᅠ      



ᅠ다 자라면 1.5미터는 족히 넘는 대왕조개는 조개에서 사람이 나오는 인어공주 이야기의 모티브였다고 한다.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서 비너스가 거품과 함께 탄생한 것도 대왕조개라는 말이 있다. 사람 한 명이 웅크리면 들어갈 수 있는 크기까지 크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 대왕조개가 입을 닫는다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있을 것만 같다. 혹은 입다문 그 거대한 조개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죽어가는 것은 아닐런지.ᅠ해변에 엎어져 누워있는 어린 대왕조개도 바닷속에서 인어공주와 비너스를 품는 꿈을 꾸었을까.   

   

ᅠ바다는 그래도 이미 죽은 대왕조개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살수 있을거라는듯 파도가 지속적으로 죽은 조개에게 물을 적셔준다. 단단하게 입을 가두고 지켰던 것들이 무엇인지는 대왕조개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은 파도와 해초만이 안다. 그리고 그 다문 입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것도 그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고작 한 시간을 옆에 앉아있던 내게 들려줄 정도로 대왕조개의 입은 벌어져 있었으니 결코 가볍지 않았다.ᅠ 


책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중


[윤승철]

주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키르키스스탄 대초원이나 사막, 아마존, 남극 같은 곳. 그리고 무인도까지.

대한민국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탐사대장으로 실크로드의 3대 간선을 모두 횡단했고, 히말라야에 올랐으며

세계 최연소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인재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장관상과 헌혈유공표창, 서울특별시장상, 경희대총장상, 박영석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무인도로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인도섬테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섬과 쓰레기가 많은 섬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섬마을봉사연합]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했으며 저서로는 [달리는 청춘의 시](문광부우수도서), [여행이 좋아서 청춘이 빛나서](공저), [마음을 만지는 만지도], [실크로드 길 위에서 길을 열다](공저) 등이 있다.

현재는 무인도체험 및 생태 프로그램 운영과 기관 및 방송 자문, 섬봉사단체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무인도섬테마연구소 : www.islandlab.co.kr

**섬마을봉사연합 : www.with-ivu.com

***유튜브 채널 : 무인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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