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홍콩의 추석, 어떻게 다를까?
코로나 19, 소위 팬데믹 상황에서 해외에서 두 번째 한가위를 맞이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설마 코로나 19가 이렇게 길어질지 상상이나 했을까.
사스도 메르스도 홍콩에서 보내본 나로서는 코로나 19 역시 그렇게 사그라들리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역시 과거 경험으로 예측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됐고 겸손하게 보내고 있다.
올해 한가위의 보름달은 슈퍼문.
휘영청 떠오른 달을 보면 생각나는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
예술 그 경이로운 황홀경이 일상으로 다가온 순간이라고나 할까..
'6펜스'를 버리고 '달'을 찾아 떠난 그를 통해 나는 미칠 수 있는 자유와 영원한 현재를 다시 갖게 된다.
나도 내 나름대로 꿈을 갖는다는 게 어떤 것인가를 알고 있답니다.
나도 꿈이 있어요. 나 역시 나대로의 예술가니까요.
원래 우리 선조들은 역병(팬데믹)이 돌던 시기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고 하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팬데믹이 아니어도 제사는 자유롭게 지내는 추세이니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사실 '한가위(추석, 중추절)'는 중국에서 유래한 명절로,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유리왕 9년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서 음력 7월을 16일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짜게 한 후 승부를 내는데, 8월 15일 달 밝은 밤에, 진 팀이 준 음식을 가지고 길쌈을 한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흥겹게 논 것이 유래라고 한다. 이 놀이를 그때 말로 가배라고 불렀고 나중에 가위라고 변했다. 거기에 '큰'이라는 의미를 가진 '한'을 붙여서 한가위가 된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추석'이란 말을 많이 쓰고, 중국에서는 '중추절'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우선 '추석'의 어원을 알아보면 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나라 학자 '배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쓴 '사기집해' 나오는 '추석월(秋夕月)'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왕을 천자라고 부르는 중국에서 천자가 ‘가을 저녁달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였다고 하는데, 아까 언급한 대로 막상 중국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중추절의 어원은 무엇일까.
중국에서는 가을을 셋으로 나누는데, 음력 7월을 맹추, 8월 중추, 9월을 계추라고 한다. 맹추에서 맹이라는 말이 처음이라는 뜻이니까 초가을, 7월을 맹추라고 부르고, 계추의 '계'자가 막내라는 뜻이니까 늦은 가을, 9월, 음력 9월을 계추라고 부르는데, 그 맹추와 계추 사이가 '중'자인데 음력 8월을 중추라고 부르고 그리고 가장 큰 달이 뜨는 15일에 행하는 축제는 중추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국과 홍콩의 추석은 어떤 게 다를까?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먹을 것을 얻어먹는다' 이런 속담이 있는데 이 점은 한국과 홍콩이 동일하다. 다만, 먹는 음식이 다른데, 한국은 송편, 홍콩은 월병(月餠 moon cake)을 주로 먹는다. 한가위를 대표하는 음식 송편은 멥쌀가루에 소를 넣고 피톤치드 가득 솔잎을 깔고 쪄낸 떡으로, 재료에 따라서는 팥으로 만들면 팥, 깨, 콩, 밤 송편 등이 있다.
월병은 중국 남송시대(南宋時代)부터 전해지는데, 음력 8월 15일에 둥근 달의 모양을 상징해서 만든다. 밤 ·수박 ·배 ·감 등 둥근 과일과 함께 달에게 바친 후에, 가까운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고 행복을 빌어주는 관습이다. 원래 주재료는 밀가루, 설탕, 물엿, 달걀, 팥소, 말린 과일에 모양을 만드는 갖가지 틀이 필요했는데, 최근에는 외국인 입맛을 저격한 커스터드 월병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월병을 비롯한 고급형으로 거위 간을 넣거나 식용 금으로 코팅한 월병 등 가격 및 재료도 천차만별이다. 다만 지나치게 버려지는 사회 문제와 고칼로리의 문제로 인해 최근엔 월병 사이즈가 작아지고 있다.
한가위 한국의 놀이로는 강강술래, 활쏘기, 가마싸움, 올게심니, 밭고랑 기기, 풍물놀이 등이 있고,
중추절 홍콩의 놀이로는 '중추절 연등행사(Mid-Autumn Lantern Celebration)'와 불용 춤(Fire Dragon Dance) 등이 있다.
한국의 추석은 연휴로 길게 쉬지만, 홍콩은 추석 당일은 휴일이 아니고 다음 날이 휴일이다.
추석 당일엔 회사의 자율권으로 조금 일찍 마무리하고, 축제처럼 즐기는데 한국처럼 명절 스트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홍콩은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인력 송출 계약이 맺어져 있어서, 집에 상주하는 도우미(helper)가 있어서 일 수도 있지만, 홍콩 시민의 의식 자체가 며느리나 사위를 부속품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없다. 한국에서도 명절을 가족의 축제로 온전히 즐기고, 만남을 기다리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