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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Jul 13. 2021

내게 너무 먼 당신

오아시스 글쓰기 프로젝트의첫 번째글 (2020.08.01)

 작년 7월 퇴직 후,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큰 마음을 먹고 PT를 재등록했었다. 어느 순간 앞자리가 바뀌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던 몸무게가 근 5년 만에 줄어들어 식단 조절, 운동을 하지 않아도 유지되고 있으니, 운동을 하면 내가 원하는 몸무게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와 달리, 내 몸은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 PT도 아무데서나 하기가 무서워, 전에 등록했던 곳을 다시 찾았었다.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해외에 1년 넘게 거주하는 동안 8 킬로그램 정도 살이 쪄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집 근처 헬스장에서 300회의 PT를 등록했었다. 당시 PT 금액이 너무 비싸서 엄마의 반대가 심했으나, 나처럼 해외 장기 체류 후 귀국했던 주변 친구들이 PT를 받아 원래보다 더 날씬해졌다고 설득해 등록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내 기준엔 너무 참혹했다. PT를 받던 어느 날, 데드 리프트 동작을 하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 도저히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병원을 찾으니, 허리디스크란다. PT 선생님이 너무 잘한다, 무게를 올려보자 해서 무게도 올려 척척 들곤 해서 내가 이 운동에 적성이 있나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PT 수업이 꼭 내 허리디스크의 유일한 발병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갑자기 너무 무리하게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한 것이 내 허리디스크의 발병을 앞당긴 꼴이었다. 허리가 아프니 운동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돌아온 건 건강해진 몸이 아니라 병원비와 매달 할부로 빠져나가는 큰 PT 결제 금액이었다. 카드 명세 내역서를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이때의 경험으로 나 같은 사람은 PT도 아무데서나 받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허리디스크가 있는 데다, 일을 시작하면서 손목이 안 좋아지고 설상가상으로 발목을 접질려 도수치료와 운동치료를 1년 동안 서울에서 받았었다.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면서 병원 방문이 쉽지 않아 졌고, 마침 어느 정도 상태가 좋아져 운동으로만 관리하면서 주기적으로 검진만 받으면 될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옮긴 회사 근처 운동할 만한 곳을 알아보았었다. 이미 한 번의 아픈 경험이 있는 터라 당시 그 근처 일대의 PT 하는 곳들을 다 방문해서 체험수업과 상담을 꼼꼼히 받고 새로운 곳에 운동을 등록했었다. 운동선수들의 재활 운동을 주로 하고, 체험 PT를 받았던 대표님의 수업이 치료로 회복된 몸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운동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야근과 회식이 없는 주엔 적어도 주 2회 혹은 3회 수업을 4개월 동안 받았다. 좌우 비대칭이었던 몸의 균형도 좋아지고, 다이어트가 주목적은 아니었지만 주변 지인들이 살이 너무 많이 빠져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못 알아볼 것 같다고 했었다. 이때가 5년 전 여름이었는데, 다시 만난 대표님은 다시 본 첫날, 나에게 이렇게 딱 한마디만 하셨었다. 


 “매일 회사 끝나고 운동한다더니, 몸이 왜 이래? 어째 처음보다 더 삐뚤어졌어?"


 작년 가을, 다시 PT를 등록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몸이 생각보다 무거운 지, 퇴직 후, 3개월 동안 운동을 쉰 여파가 그렇게 컸던 것인 건지, 처음 대표님께 PT를 받을 때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인지, 전에는 식은 죽 먹기처럼 했던 동작들이 잘 되지가 않았다. 예전엔 정말 익숙했던 것 같은데, 나만의 느낌이었던 것인지, 운동이 나랑 맞지 않은 것인지, 참 가까이하고 싶은데 내 맘같이 가까이 되지 않는 운동이다.  다시 대표님과 운동을 4개월 정도 하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몸 상태를 회복한 후, 개인 사정으로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 집 근처로 운동하는 장소를 옮겼다. 새로운 장소에서 PT를 하기엔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 그룹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그런데 운동과 내가 정말 맞지 않는 것인지, 등록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여 필라테스 수업이 운영되지 않게 되었다. 2월 말에 필라테스 수업을 등록했는데, 내가 필라테스 첫 수업을 받게 된 것은 5월 21일이었다. 이마저도 2주밖에 못하고 중단하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추세로 두 종류로 운영되던 수업이 한 가지 수업으로만 운영될 예정이라, 원하는 사람에 한해 해당 기간 동안 휴회를 허용한다 하여 휴회를 했었다. 등록 당시, 수업 1회로는 운동량이 좀 부족할 것 같아 무제한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운동권을 끊었기에 동일한 한 반의 수업만 듣기엔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았다. 수업도 수강인원이 6명으로 정해져 있어, 미리 예약을 해서 이용해야 하는데 예약 경쟁률도 이전보다 높을 것도 같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쯤 잠잠해져 정부에서 규제를 풀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7월 마지막 주, 다시 필라테스 수업을 시작했다. 한동안 또 쉬었기에, 첫 수업 이후 내 온몸의 근육이 얼마나 아프던지, 다음 날 오전 내내 누워있었다. 참 내겐 너무도 먼 당신과 같은 운동이다. 운동이 익숙해져 일상생활과 같이 되면 근육통도 없어진다던데, 근 10년간 운동을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기간으로만 따지면 그래도 오래 한 편인데, 왜 내게 근육통은 운동을 할 때마다 생기는지 모르겠다. 남은 5개월의 시간 동안 운동과 가까워지길 바라면서, 다음 주 필라테스 수업들을 예약하러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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