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알로그 서평
책의 에필로그 중에 “이 책은 깊은 고민과 열정의 시간이었던 나의 20대를 기록한 인생의 분더캄머다.”라는 문장이 있다. 정말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저 문장을 말하고 싶다. 작가는 “분더캄머”란, 독일어권에서 경이로운 것의 방, 내가 알지 못하는 것, 그러나 놀랍고 흥미로운 것들을 위한 공간의 의미로 사용되었던 단어로서, 취향과 수집의 장소를 표현한다. 유영이 작가의 20대, 지금까지의 길을 걸어오게 한 발자취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하나의 전시를 보는 듯한 책이었다.
사실 작가는 나의 중학교 동창이다. 고등학교를 다르게 진학하고,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여건상 작가와 교류가 많지는 않았던 터라 작가가 어떻게 조경학과를 진학하게 되었고, 밀라노에 왜 가게 되었었는지를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작가가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의 만남의 시간은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기에도 너무 짧았다. 작가가 건축도시 이론을 연구하게 될 거라는 소식을 말했을 때, 내가 예상했던 방향과는 달라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 선택의 이유를 들었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더욱더 작가가 왜 건축도시 이론 연구를 택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를 아는 독자여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그 시절의 작가가 되어 그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장면이 그려지며, 내가 작가가 되어 바라보는 듯한, 그 당시를 경험하는 느낌이 들었달까. 2009년, 영국 런던을 여행했을 때, 작가가 독일에서 잠시 넘어와 함께 이틀 정도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힘들었을 때 갔던 여행이라 준비도 많이 하지 않았었고, 평소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상태였었다. 작가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그리니치 천문대로 가는 길에 ‘카나리 워프’ 지역을 지날 때가 있었다. 나는 ‘런던 중심보다 현대적이네.’라고 생각하고 창 밖의 시선을 안으로 돌렸을 때, 작가는 다시 나를 창 밖으로 시선을 계속 던지게 해 주었다. 작가가 이 ‘카라니 워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 건물은 어떠한지 등을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이야기했던 생각이 났다. 그리니치 천문대에서도, 런던 안에서 거리를 걸어 다닐 때에도,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었다. 그때부터 작가는 전시, 건축, 도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며 탐구의 길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전시를, 공간을 그리고 도시를 보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고 감히 단정 지어 말하고 싶다. 전시, 건축, 디자인에 관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나이지만,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생각했던 ‘전시’의 고정관념이, 도시를 바라보는 모습이 달라졌다. 지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한 명의 독자로서 도시건축이론을 연구한 이후, 작가의 30대, 그 후의 분더캄머를, 경계에서 어떤 꽃을 피우는지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