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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h J Apr 22. 2024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가고픈 책 세권

무인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톰 행크스가 출연했던 Cast away이다.

톰 행크스가 연기했던 주인공 척은 FedEx의 품질 보증전문가로 매일 바쁘게 일만 하는 워커홀릭 간부이다. 그는 전 세계로 비즈니스 여행을 하며 고객의 물건을 제때 배달해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며 살아가느라, 정작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도 여유 있는 시간을 내주기가 힘이 든다. 척은 여자 친구와 보낼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출장을 가게 되어 청혼하려던 반지 상자만 여자친구에게 쥐어주고는 금방 돌아오겠다며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그날 사고로 섬에 추락하게 되어 곧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한다. FedEx 패키지만 떠다니는 아무도 없는 섬에 홀로 살아남은 그는 소리도 질러보고 탈출도 시도해 보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 무릎을 꿇게 되고, 결국 하루하루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게 된. FedEx 패키지 안에 있던 물건들을 이리저리 활용하며 생존해 가지만, 날개가 그려진 한 소포는 왠지 열어볼 수 없어 끝까지  간직하며 언젠가 돌아가면 주인에게 돌려주리라 생각한다. 훗날 그 소포는 척이 살아갈 이유가 된다.  그렇게 매일 시간에 쫓기며 살던 그가 아무도 없는 섬에 갇혀 살아가게 되는 상황은 그에게 정반대의 삶을 가져다준다.

이 영화에서 특히, 무성한 나무뿐인 섬에서 4년간 척의 친구가 되어준 배구공 윌슨과의 우정은 정말이지 감동적이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탈출을 시도하며 윌슨과 뗏목을 타고 나오다 폭풍우에 밧줄이 풀려버려 윌슨이 떠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고 목이 터져라 윌슨을 부르면서 구하려던 장면은 보고 또 봐도 명장면이고,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무인도에 책을 골라 가게 되는 경우가 있을까만은, 그래도 만약 내가 진짜 척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골라 보았다.

하루하루 섬에서의 생존이 중요한 무인도에서 자기 계발서나 경제서적등은 무슨 소용일까 싶다. 인간은 우주와 자연 앞에선 한없이 작은 존재일 텐데 말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시간이 안 난다는 이유로 못 보던 책인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고르겠다. 코스모스(cosmos)란 질서와 조화를 가지고 있는 우주 또는 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 안에 하나의 일부분일 뿐 작은 점에 불과하다. 무인도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게 될 즈음이면 책이 다 해질 정도로 읽어서 우주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인간과 우주,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통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삶을 대하는 데 있어서 그전과는 다르게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조금은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무인도에서의 그 긴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으려면 이 정도의 벽돌책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책은 단연 대니얼 디포의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가 될 것 같다. 무인도 생존물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데, 소설의 내용 역시 Cast away처럼 조난당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무인도에 표류해 28년 동안 혼자 살다 구출된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이야기라고 하니, 무인도에서 읽기에 딱이지 않나?

무인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필살기, 방법 등 또한 배울 수도 있을 것 같아 도움도 되고 말이다.


척에게는 4년간의 무인도 생활에서 말동무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었던 배구공 윌슨이 있었다. 척이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윌슨 덕분이지 않았을까? 윌슨이 없었다면 그는 우울감과 절망감에 섬에서 홀로 비극적인 시도를 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도 무인도에 간다면 윌슨 같은 존재가 꼭 필요할 것 같아 마지막 책으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 머리 앤을 선택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빨간 머리 앤을 너무나 좋아했다. TV 만화로만 보았던 인물이지만,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다 생각날정도로 생생하며, 그녀가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것만 같다. 그녀의 감성, 독특한 상상력, 순진하고도, 열정적인 앤의 모든 것이 좋았다. 빨간 머리 앤은 작가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자전적 소설로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배경으로 한다. 어릴 때 TV 만화로 볼 때는 몰랐지만, 캐나다에 이민 와서 다시 한번 파일을 찾아 만화를 보니 캐나다스러운 배경들이 많이 나와서 어릴 때와는 남다른 감정으로 볼 수 있었다. 만화와 달리 소설은 빨간 머리 앤의 10대부터 50대까지의 앤의 인생 전체가 담겨 있다고 한다. (한 권이 아닌 전집이긴 하지만) 문학소녀 앤을 생각하며 책과 함께 수다 떨다 보면 혼자여도 외롭지 않게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니 지금이라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무인도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일 년 중 몇 주일은 디지털 프리 기간으로 오로지 책만 볼 수 있는 책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그동안 미뤄뒀던 책들을 쌓아놓고 실컷 읽고 오는 것이다.

이 3권 모두 내가 아직은 읽지 않은 책들이니, 그런 시간이 정말 온다면 이 책들부터 가져가야 할 것 같다.

무인도 같이 아무도 없는 곳이 존재할까?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들지만, 그곳은 어쩌면 독서 삼매경을 하기엔 딱인 곳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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