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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정 Jul 14. 2021

가질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일

빛과 물의 그림자

 기분이 정말 좋지 않을 때, 나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다면 지친 일상을 버티는 일이 조금 나아집니다. 저는 취향이 그런 일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제가 쉽게 기분전환을 하는 방법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틈틈이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 두는 거예요. 일상에서 나의 취향을 발견하는 것이죠. 오늘 소개할 저의 취향은 일상 가까이에 있지만, 손에 담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만질 수는 없어도 마음을 가득 채운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우리는 손에 잡을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더욱더 강하게 이끌립니다. 가질 수 없는 것의 가치를 ‘가격’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느끼곤 하지요. 물체가 아닌 자연을 느낄 때 특히 그렇습니다. 결코 가질 수 없고, 그 순간에만 존재하기에 경탄의 대상이 되고요. 만들어낸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생겨난 ‘자연’이기에 더욱 압도됩니다. ‘대자연’이라고 칭해지는 것에만 감탄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의 일상에도 자연의 놀라움이 곳곳에 숨어있으니까요. 매일 보는 길가의 나무나 작은 풀과 꽃들, 심지어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빛까지도 모두 자연의 일부인걸요. 저는 그런 일상의 자연에 시선을 쉽게 뺏깁니다. 도시 속 저의 무료한 일상에서 손에 쥘 수 없는 자연을 발견하다 보면 금세 기분이 좋아져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버스를 타고 달릴 때, 창밖의 풍경이 어느 뮤직비디오 속 장면 같아서. 한강 위 반짝거리는 빛의 흔적이 너무 아름다워서. 해가 넘어갈 때 창밖으로 보이는 분홍색 노을이 벅차게 그림 같아서. 저는 이런 이유들로 쉽게 행복해지곤 합니다.


 일상의 자연  가장 사랑하는 것은 빛입니다. 여유롭게 빛을 감상하기 좋은 시간은 따뜻한 빛이 노랗게 익어 반쯤 저물어가는 오후입니다. 빛이 반쯤 저문 오후에 카페에  빛과 물의 그림자를 감상하는 것은 제가 아주 손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이에요. 좋아하는 책과 노트,  또는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갑니다. 빛이  드는 자리를 찾아 앉아요. 커피를   시키고,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잔도 가져오면 기분을 끌어올릴 준비가 끝납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유리잔을 지나 테이블 위에 반짝이는 그림자를 만들어 내도록 배치하고요.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물을 통과하는 빛은 테이블에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림자는 괜히 더욱 가볍고 맑은 것만 같아요.  예쁜 빛을 감상하는 일이 바로 제가 아주 손쉽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랍니다. 절대 만질  없는 빛의 모양을 너무 사랑해요. 앞서 말했듯, 손에 담을  없기에 더욱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가끔은 이렇게 작은 것에, 고작 물과 빛의 그림자를 보고 기분 좋아하는 저를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너무도 쉽게 들뜨는 저의 모습이 조금 어이없어 웃게 돼요. 하지만 고단한 매일을 살아내며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하루를 행복으로 채우는 , 그런 틈을 발견하는  그다지 우습지 않은  같아요.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행복을 찾는 일을 어떻게 우습다 표현하겠어요.  일이 저처럼 아주 사소하게,   잔을  놓고 빛이 통과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할지라도요. 그래서 저는 누가 무엇을 좋아하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고 말하는 것을 가볍게 넘기지 않습니다.  험난하고 부칠  많은 세상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은 분명 멋지고, 빛나는 일이니까요. 대상이 무엇이 되든 마음을 채우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은 모두 소중합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취향을 찾아 행복으로 만들어 보는 거예요.






ps. 저는 여러 빛의 모양을 찍은 영상들을 모아 소셜 미디어 계정 프로필에 올려두었답니다. 틈틈이 제가 보기 위해서예요. 그 기록들을 묶어 붙여드립니다.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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