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워킹맘
한동안 과학 팟캐스트를 즐겨 들었습니다. 요즘은 예전만큼 과학 팟캐스트를 자주 듣지 못하지만 그래도 종종 듣습니다. 꾸준히 과학 관련 팟캐스트를 듣고 있자면 여러 가지 과학적 발견이나 새로 정립된 이론에 대해 알게 됩니다.
지난해 우연히 공룡에 대해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과 내가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죠. 우리가 어렸을 때는 공룡이 멸종되었다고 배웠지만 사실 새도 공룡이니 공룡은 멸종된 것이 아니라던가, 우리가 어렸을 때 태양계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었지만 지금은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 왜소 행성으로 분류되어 태양계의 행성은 '수금지화목토천해'까지라는 것 같은 사실이요.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나의 지식이란 정말 얄팍한 것이라는 것과 학교에서 배웠다고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계속해서 지식은 업데이트해야 한다라는 것을 종종 되새기게 됩니다.
이정모 관장님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님 시절 내가 듣고 있는 팟캐스트에 출연하셔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공룡이 멸종한 게 아니라는 사실도 이정모 관장님이 출현하신 팟캐스트를 듣고 알게 되었죠. 이야기도 너무 재미있게 해 주시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 주시는 것이 너무나도 인상 깊어서 이름을 기억하고었습니다. 우연히 인터넷 광고에서 이정모 관장님의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지만 처음 갔을 때는 해당 서점에서 품절이어서 못 사고 두 번째 갔을 때 겨우 한 권 남아있는 것을 구입할 수 있었네요.
2150년 인공지능이 말하는 인류의 멸종에서 시작하는 책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은 과학 지식의 업데이트를 위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인류 멸종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습니다. 인간이 지구의 바퀴벌레 또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현재 나를 포함하여 인간들이 하고 있는 행태를 보자면 멸종하는 것에 대해 왜 두려워하는 척을 하는 건가 싶습니다. 지구 멸종이라곤 하지만 지구가 없어지는 게 아니고 인간만 없어지는 것이고, 인간이 없으면 지구는 더 찬란해질 텐데 말이죠. 이정모 관장님이 책에 쓰신 것처럼 이미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경험했고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비켜주어야 하니 인간의 멸종도 새로운 생명 탄생의 찬란한 시작(이 책의 제목이 <찬란한 멸종>인 이유)일 텐데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냉매로 쓰이는 프레온가스 때문에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되고 있어서 문제라는 기사를 자주 보았습니다. 몇 년 동안 시끄럽던 프레온가스가 어떻게 되었나 찾아보았더니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기후협약을 통해 1999년까지 프레온 가스의 생산과 사용을 절반으로 줄일 것을 협약했고 2010년 전 세계적으로 프레온가스 사용이 완전히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최근까지 큰 변화가 없었던 오존층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2023년 발견되었으며 2040년 정도에는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 따르면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는 데 필요한 기술의 95%와 이 기술을 적용하는데 충분한 돈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프레온가스의 사례처럼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있다는 것이지만 우리 인간은 나약하기 그지없고 절실하지 않으며 조그만 불편도 감수하기 싫어하는 이기적인 존재라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기서 생각나는 것은 트럼프의 기후협약 탈퇴랄까요.
저는 자녀가 있고 그들의 삶이 우리의 행위로 인해 힘들어지게 되었음이 뻔한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플라스틱 재활용이 실질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지만) 재활용을 열심히 하고 (물욕이 폭발 중이지만)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에너지를 줄이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환경보호운동가들을 존경하긴 하지만 그들의 운동 방법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요 (ex. 밤샘시위 추운데 난방 껐다고 고소한 환경단체).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 아무리 환경이 중요하다고 부르짖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견딜 수 있는 정도의 불편함만 견딜 뿐이고, 나 또한 다르지 않은데, 개인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이 있을지 고민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