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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08. 2024

유쾌한 은퇴 준비

올해 은퇴를 앞둔지라 이미 은퇴한 선배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오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떠날 때 그들도 많이 두려웠을 것이다. 100세 시대는 어찌 보면 다시 인생설계를 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한다. 이제 60세가 되어도 젊게 사시는 분들이 많아 나이 구분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몸은 말해준다. 눈도 침침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기니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사회는 우리를 다시 일터로 부를지도 모른다. 적은 금액을 받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히 감당할 일꾼들 말이다.


오랫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살아왔다면 쉬는 시간도 필요하건만 이상하게 일을 해온 사람은 더 일을 하려고 한다. 가정주부로만 살아온 지인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집안 살림과 가족들 잘 건사하면서 나름 즐겁게 살아간다.  사실 일을 한다고 해서 풍요롭게 사는 것도 아니다. 일을 하기에 놓치고 사는 부분이 많다. 자녀들은 학원으로 돌려야 되고 피곤하니 외식으로 식사를 대강 해결하기도 한다. 


요즘은 클릭 하나만으로 집 앞까지 맛있는 음식이 배달된다. 배달용기를 생각하면 환경이 걱정되지만 설거지 걱정 안 하고 한 끼를 훌륭하게 해결하니 얼마나 좋은가! 일을 하면서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얼마 전 은퇴한 선배들이 보고 싶어 전화를 했다. 어느 정도 자녀들을 다 키웠고 가정적으로 어렵지 않아서인지 지금의 시간을 잘 즐기고 계셨다. 다시 일을 시작하는 분은 없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했던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노래교실, 운동, 악기를 주민센터에서 배우고 있었고, 일찍 자녀를 결혼시킨 선배는 손주 돌보느라 분주하다.


나는 퇴직 후에 쉬는 편을 선택하기보다 일하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오랫동안 일했으니 내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줘도 될 텐데 그게 잘 안된다. 사실 일하는 편을 선택했지만 그렇다고 큰돈을 벌려고 애쓰지는 않고 싶다. 무리되지 않은 선에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내게 주고 싶다. 


현재 원활한 활동은 하지 않지만  조금씩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소식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에세이 형식의 글을 써왔는데, 올해 새롭게 블로그의 방향 설정을 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있지만 기록하지 않으니 많이 읽어도 자꾸 휘발되는 것 같다. 앞으로 블로그의 방향성과 맞물러 고민하다 평소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책 읽기에 대한 독서기록을 남기자고 결심했다. 도서 인플루언서로 선정되면 상위 노출의 기회도 주어지고, 내 글을 읽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여전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데 시간이 너무 소요되어 직장일과 맞물려 시간이 늘 부족하다.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늘 제자리다. 그래도 지속하는 이유는 어제보다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를 많이 알고 있는 지인들은 이런 나를 안쓰럽게 보기도 한다. 착하지만 어설픈 형, 늘 뭔가 하는 사람, 자신을 들볶는 형으로 본다. 맞다! 그들의 반응을 쿨하게 인정했다. 그래도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올해  SNS 활동을 하면서도 제때 카톡을 확인하지 않아 주위에 핀잔을 듣고 있다. 다양한 모임들이 오픈 채팅방 형식으로 움직이는 데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카톡이 쌓이니 점점 볼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정말 봐야 할 카톡을 놓칠 때도 있다. 나처럼 카톡에 발을 담그고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안절부절 벽 타기만 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카톡을 통해 친구한테 선물도 보내고 모임 공지도 잘 활용하지만, 카톡 공해가 심하다 보니 열어보려면 자꾸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지인들은 카톡도 잘 확인하지 않는다고 핀잔을 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졸지에 성의 없는 사람으로 찍혔다.

"언니! 카톡 좀 확인하세요. 언니 글만 올리지 마시고, 다른 사람 올린 것도 보세요!!" 


그동안 할 것, 해야 할 것이 많아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일련의 상황들이 힘들었는지 몸이 반응하고 있다. 다시 역류성 식도염이 도졌다. 속도 쓰리고 마음도 불안 불안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겐 믿음의 힘, 기도의 힘이 있어 일어설 용기가 생긴다.


유쾌한 은퇴를 위해서는 먼저 건강부터 챙기자. 그리고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매년 책 한 권씩 쓰고 싶다. 시작이 반이니 꿈을 꾼다. 나이 들어도 꿈을 소유한 자는 늙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은 늘 두렵긴 하지만 나이 들어도 긴장감 있는 삶,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보수가 적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앞으로 실버세대들이 늘어날 것이다. 요즘 모임에 가도 60세는 노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실버들이 다 건강한 노후를 맞고 있지는 않다. 결국 노년의 삶도 어떻게 살지 정말 고민해야 한다. 실버세대들이 현세대에게 부담이 아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유쾌하게 사는 노인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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