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목은 '기린 목'이 되어버린다. 자세가 나쁘면 몸도 쉽게 피로해진다. 가끔 자세를 바로잡아 보지만, 금세 잊어버리곤 한다.
요즘은 '태'가 중요해지는 시대다. '옷태'와 '자세'를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주목받는다. 예전에는 근육을 드러내는 바디 프로필이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옷 사이로 은근히 드러나는 몸선과 균형 잡힌 자세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는 삶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마음가짐과 몸가짐도 달라진다. 그래서 올해는 수첩을 활용해 나를 관리하려 한다. 내 수첩은 집 모양의 기둥처럼 '가정', '일', '운동', '재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아직은 관심 가는 영역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나의 일상을 점검하고 조정할 여지를 남겨둔다.
작년 초, 지속 가능발전교육(ESD) 교육을 받고 강사가 되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자료 개발을 준비하다가, 직장 일로 어쩔 수 없이 내려놓았다. 하반기에 다시 팀에 합류하려 했지만, 사람들의 태도는 달랐다. 그들도 반년 동안 힘들게 자료를 준비해 왔기에, 내가 갑자기 끼어드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어떤 지인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죠"라며 단호하게 말했고, 또 다른 이는 "같이 고생했으니 같이 하면 좋지요"라며 나를 도우려 했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미련을 두지 않고 빠르게 포기했다. 안 되는 것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ESD 강사는 기회가 되면 하면 되는 것이고, 나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렇게 만난 일이 바로 다문화 강사다. 세종시 교육청에서 강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고, 자격과정과 시연 및 면접을 통과하면 활동 기회도 주어진다. 절호의 기회였다. 자기소개서를 쓰며 생각해 보니, 나는 다문화가정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
나의 조카들은 어릴 때 이민을 가 외국에서 가정을 이루었다. 조카들의 남편은 친절하고 가정적이었다. 한국 남성보다도 오히려 더 자유롭고 아내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우리 아파트에도 필리핀에서 온 이주여성분이 있다. 한국인 남편에게서 세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살고 있다. 자주 마주치지는 않지만,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볼 때마다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요즘 학교에서는 일반학생 수는 줄어드는 반면, 다문화 학생은 늘고 있는 추세다. 다문화 시대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우리가 직접 그 나라로 가지 않아도, 그들이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서로 윈윈하며 상호협력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 과정을 준비하며 이 일에 대한 사명감이 더욱 생겼다.
물론 최종 선발까지는 면접이 남아 있고, 통과하면 '다문화 역량 강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이 끝나면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얼마 전 강의 시연을 했다. 나름 준비했지만, 단상에 오르니 긴장해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이리 떨었을까?"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른 강사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난 아이들에게 따뜻한 강사가 되고 싶다. 학교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삶을 잘 유지하며 살고 싶다. 그게 내가 살아갈 인생 태도이다.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선언한다.
선언이나 선포는 말의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요즘 하루에 한 번씩 하고 있다.
그 말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는 마음으로 외쳐본다.
나는 다문화 강사가 됐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따뜻한 강사가 됐다.
올해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소설을 써서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내 책은 세계로 뻗어가 수많은 독자를 만나고,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책이 되었다.
나는 사람들을 이롭게 하며 나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