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시절의 작은 희망

고슴도치 같기도 치와와 같기도

by 나예



고슴도치 시절 작은 희망

어느덧 그림과 요가와 함께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직업적으로 6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말을 듣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그림과 요가를 시작하면서 내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이야기하게 된다.


그 전의 나는 마치 온몸에 가시를 두른 고슴도치 같았다. 예민하고 날카로웠다. 누군가가 나를 칭찬해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 짜증이 났다. 내 바운더리를 넘어서는 것이 두려웠고, 누군가 그 경계를 넘으려 하면 사나운 치와와처럼 날카롭게 짖으며 밀어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웠고, 벽을 치고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더 편했다. 돌아보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버거웠던 것 같다.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다면, 그때의 나는 빨강과 노랑처럼 강렬하고 자극적인 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눈이 아릴 만큼 선명한,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색들.


나는 그림을 좋아했지만, 잘 그리지 못했다. 어쩌면 그 점이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데, 그걸 해내지 못하는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궁’이라는 만화 캐릭터를 너무도 멋지게 그리는 것을 보고 나도 몇 번 따라 그려봤지만, 도무지 따라갈 수 없었다. 점점 나는 화가 났고, 결국 그림을 포기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질투와 존경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었다. 그래도 그림 외에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피아노도 배우고, 십자수나 뜨개질도 해봤지만, 무엇 하나 끝까지 해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뭐든 쉽게 싫증 내는, 한심한 사람인가 싶었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의 친구분이 운영하는 그림 교실에 다니게 되었다. 주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이었지만, 엄마의 부탁으로 나도 함께 배우게 되었다. 정물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랐다. 붓을 움직이며 색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원래 수업은 한 시간 정도였지만, 선생님은 내가 더 그리고 싶어 하면 몇 시간이든 내버려 두셨다. 나는 그곳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경험을 했다. 주변의 아이들은 계속 바뀌어 가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 시간이 나에게는 희망이었다.


‘아, 나는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구나!’


그때 비로소 확신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어렴풋이 알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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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강사 나예 - www.instagram.com/_naye_yoga.note/

일러스트레이터 나예 - www.instagram.com/_naye_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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