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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선 Aug 10. 2021

딸을 보내기 싫은 아버지의 마음이란...?

여러분은 혹시,

애타는 고향 친구를 기다리듯

기다리는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에겐 그런 영화가 꽤 많은데요

그중 한 편을 오늘만 볼 수 있어서

부랴부랴 극장에 다녀왔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상영이었어요.


그 영화의 제목은

<세노테> (セノーテ / Cenote)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북부에 있는

물이 샘솟는 천연샘을 부르는 말입니다.


세노테가 있는 마을은

여기에 신이 있다고 믿고,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고 해요.


무슨 영화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6시 상영이라

일단 근처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오늘의 시선'을 검색해봤습니다.


참고로 [오늘의 시선]은 제 책인데요

다행히 아무도 팔지 않으셨습니다.


여전히 제 책을 책장에 둔 독자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듣자 하니 이런 꿀잼 영화책은 이제껏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 앞에 소멸되는 법이니

추후에라도 판매를 하게 되시거든.. 

저에게 알려주세요. 응? 복수...아닙니다.


새로 들어온 중고 블루레이를 살펴보다가,

1시 50분쯤 극장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오늘 보고픈 영화는 <세노테>지만,

마침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피안화>(1958, Ozu)

2시에 상영이라 같이 예매했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한 편 보면 뭔가.. 2% 부족해요

일단 극장을 가면 2편은 보고 오는 편입니다.

예전엔 3편을 꽉 채웠는데,

요즘엔 체력이 떨어져서 2편이 적당한 것 같아요.


며칠 전에도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한 편을

가볍게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이번 것도 매우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피안화> 얘기부터 시작해볼게요.


회사 중역인 '히라야마'에겐 두 딸이 있는데요.

아버지 마음이 다 똑같겠지만,

히라야마는 장녀가 집안이 좋은 남자와 결혼했으면 하죠.


장녀인 세츠코에겐 사귀는 남자가 있었고,

아쉽게도 히라야마가 원하는 그런 사위는 아닙니다.


지금으로 치면, 꽉 막힌 꼰대(?)에 가까운 히라야마는

아주 단호하게 세츠코의 결혼 의사를 무시합니다.


'안 돼!'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얼마 가지 않아 히라야마는 딸의 결혼을 허락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 <피안화>입니다.


다시 봐도 역시 좋은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어요.


영화에서 아버지는 딸이 결혼하고픈 남자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데, 

예전엔 그냥 아버지가 참 답답하고 꽉 막힌 사람이라 

잘나가는 사위를 얻고 싶은 마음에 반대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혹시 아버지는.. 

딸과 더는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이 싫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화에서 예비 사위가 전근을 가기로 된 상태라서 결혼 즉시 다른 지역으로 떠남) 


영화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장면 중 하나는 두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인데요

그때, 아버지는 골프 치러 가야 하는데

아내는 이런 시간이 더는 없을지 모른다며 골프는 다음에 치라고 하죠.

하지만, 아버지는 다음에 다시 오면 된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게 아버지가 두 딸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 됩니다.

결혼한 딸이 떠나니까요. 


다시는 오지 못하는 그 시간.

두 딸과 보낸 마지막 그 소풍...


그걸 되찾고 싶어서

아버지는 그리 고집을 부렸던 게 아닐까요?


친구는 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깨어나지 못한 덧없는 청춘의 꿈이로구나"



아직 <세노테> 이야기는 시작도 못했네요.


<세노테>는 내일 다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오늘은 여기까지, 영화친구 김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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