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미국 변호사 준비 생존기
6월이다. 아침이면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책상에 앉는다. 에세이 문제를 펼친다. 머리가 하얗다. 시간을 쌓다 보면 노력하다 보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달라졌지만 몇 년간 쏟은 시간을 매번 부정당하는 것 같다.
무던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단계를 거듭할수록 더 높은 한계를 마주한다. 막막하다. 짜증 난다. 미칠 것 같다. 한숨이 나오지만 이내 체념한다. 뭐든 적어야 한다. 일단 적는다. 적다 보면 페이지가 점점 늘어난다. 그래, 적어도 무슨 말인지는 알잖아. 생각하잖아. 적을 수 있잖아.
5월은 나를 기준에 두고 내 페이스로 가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 루틴도 모조리 바꿨다. 눈을 뜨면 긍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도록 몸은 가볍게 느껴지도록 했다. 좋음이라는 아이템을 장착하면 오늘을 기대 이상으로 이겨낼 수 있다.
주 1회는 멘토들과 런치를 하며 멘탈 관리를 한다. 바 시험을 위한 것도 있지만 여러 계기로 변화가 필요했다. 감정을 들여다 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마주했다. 반복되는 상황을 보니 판단이 섰다. 피드백을 통해 나를 위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생각이 줄고 감정적으로 안정되자 몰입도도 높아졌다.
일정표대로만 움직이고 동선은 제한한다. 날이 좋을 땐 한강 공원에서 뛴다. 멍할 땐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꾸덕한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다. 그만두고 싶을 땐 선배들에게 투정을 잔뜩 부린다. 집에 오면 침구를 신경 써서 깔고 컨디션에 맞춰 아로마 미스트를 뿌린다. 도시락과 영양제를 챙기고 옷을 세팅한다. 스트레스가 높은 땐 딥티크 바디워시를 꺼낸다. 몸을 푼다. 한약을 데워 마시고 명상 음악을 튼다. 아는 신은 모두 부르며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수면 안대, 손목 찜질대, 허리 쿠션, 귀마개까지 장착하고 잠들 준비를 한다. 오늘 먹은 것 중 불편하게 만든 음식이 있었는지 어떤 옷과 아이템을 쓰면 컨디션이 좋았는지 흐트러지게 하는 요소가 있었는지 떠올린다.
유난이다 싶어 우습다가도 이렇게 해야 내일을 버틸 수 있어서, 끝낼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생각만 들어서 오늘을 지켜내는 나. 이런 간절함을 알지도 못한 채 재단하던 말들이 떠올라 힘든 날은 울컥한다. 그 말을 듣는 내 마음이 얼마나 지옥이고 불행이었는지. 오히려 해내고 싶다. 그럴수록 씩씩하게 할 일 하고 이겨 내려는 내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많이 컸다 싶어 칭찬하는 요즘.
발견한다. 행복하게 만드는 일, 좋은 습관, 나의 결, 취향, 사랑해 주는 사람들. 깨닫는다. 당연한 걸 지켜내는 건 대단하고 힘든 거다. 힘든데도 반복하는 건 삶을 열심히 붙들고 있단 거다. 내 결정이 후회가 아닌 옳았음을 증명하는 거다. 그래서 멋진 거다.
6월도 해낸다.
그냥 한다.
꾸준하게, 나답게,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