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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덕 Jun 08. 2022

<한국이 싫어서> 한국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책처방 해드립니다

한때 청년들 사이에서 ‘ 조선이라는 키워드가 이슈였다.  단어는 지옥을 의미하는 ‘(hell)’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조선 결합하여 만든 말로,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가 어려운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취업 문턱과, 자가를 위한다면 평생 일한 돈을 부어야 하는 현실. 청년들은 이런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비참함을 이렇게라도 희화화하며 버텨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한국이 싫어서 정말 ‘ 조선 이룬 인물이 있다. 바로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 주인공 계나이다. 계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무사히 직장까지 구해서  살고 있었지만, 모든  버리고 호주로 떠난다.


그녀가 떠난 이유는 자신은 한국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다큐멘터리에서 혼자 이상한 곳을 뛰어다니다가 사자에게 잡아먹히는 톰슨가젤을 보면 자신이 떠오른다는 계나. 그녀는 톰슨가젤끼리 연대해봐야 사자를 이기지 못한다며 한국을 떠난다. 이젠 정말 행복해질 거라며 ‘헤브 어 나이스 데이’를 외치면서 호주에 도착한다. 그러나 ‘정글’ 같은 한국이 싫다며 떠난 그녀가 지내게 된 곳은 ‘축사’였다. 돈이 없어서 거실에서 커튼을 칸막이처럼 쳐놓고 열댓 명이 잠을 자는 셰어하우스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돈을 모아서 셰어하우스를 차리지만 입주자의 위조수표 때문에 법정에 서게 되고, 로펌을 써서야 겨우 벗어난다. 그녀는 이런 난봉 속에도 한국보다는 낫다며 어떻게든 정착하려고 한다.


“시어머니나 자기 회사를 아무리 미워하고 욕해 봤자 자산 가치 행복도, 현금 흐름성 행복도 높아지지 않아.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 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마침내 시민권을 취득한 계나는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행복에는 ‘자산성 행복’과 ‘현금 흐름성 행복’이라는 두 가지가 있다는. ‘자산성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성취했다는 기억이 오래 남아서 사람을 계속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현금 흐름성 행복’은 정반대다. 행복의 금리가 낮아서 행복 자산에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한국에서 버틸 수 없었던 건 ‘현금 흐름성 행복’을 창출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동시에 시어머니와 회사 대표를 욕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고 한다. 남을 깎아내리면서 행복을 찾는 근성을 못 고치면 어딜 가나 똑같다면서. 이 근성은 호주에서도 교민이 유학생을 무시하고, 유학생이 워홀러를 무시하는 식으로 이어지니까.


그렇다면 결국 계나는 한국을 떠나서 행복했을까. 저자는 답을 주지 않는다. 한국에 잠시 놀러온 계나가 호주로 돌아가면서 ‘헤브 어 나이스 데이’를 또다시 외치는 걸로 마무리된다. 시민권을 취득한 뒤에는 한국에 남아있는 모두가 잘못됐다고 비난하는 계나. 그녀 또한 자신이 말하는 근성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여 정말 행복을 찾았을지 의문을 자아낸다. 반면에 어느 독자는 계나는 결국 행복할 거라 생각할지 모른다. 아니면 자신의 시어머니나 회사를 욕하는 친구들이 더 행복해 보일 수도 있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며 라이브클럽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계나 동생의 남자친구가 그래 보일 수 있다. 어느 행복에 정답은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내지 않으면서 어느 선택이 차선책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과연 한국인으로 태어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화자를 통해, 한국에서의 나만의 행복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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