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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지상이냐 지하냐의 문제는 아니다

스프링클러 제대로 작동하면 차라리 지하가 더 안전할 수도 있습니다.

충전을 포함한 주차 중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화재에서, 차가 세워져 있는 곳은 지상이 나을까 지하가 나을까요.


다들 전기차가 위험하니 지상으로 옮기라고 말하는 상황입니다만 이게 맞는 말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내연기관차나 전기차나 불이 나 탈 때 배출하는 열량은 비슷합니다. 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으로써 배터리와 연료가 갖는 에너지가 비슷하고, 나머지 차체에서 탈 수 있는 것들의 양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하주차장을 포함한 건물 내부에서 화재가 났을 때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하면 내연기관차건 전기차건 피해가 크지 않습니다. 반대로 동력원에 상관없이 화재 경보-스프링클러 작동이 안 되었다면 피해는 커집니다.


작년 전남 광양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와 2022년 대전 현대 아웃렛 화재는 모두 내연기관차에서 불이 시작되었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경우입니다.


반면 작년 5월 군산 아파트 지하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며 ‘그 차’만 (전소도 아니고) 반소가 된 상태로 끝났습니다.


찾아보니 올해 한국소방학회 논문지에 실린,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이 있더군요. KCI 등재된 겁니다.  초록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국제 환경문제 심화와 국내 친환경 정책 등으로 전기차 등록대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증가와 함께 화재 발생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이나, 전기차 화재 진압 실험 외 화재 위험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실험이나현재 적용된 소방시설의 적응성에 대한 검증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본 연구에서는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에 따른 소방시설의 적응성 분석을 위해 기존 건축물에 적용된 소방시설 조건을 고려하여 전기차 화재에 대한 소화 실험을 수행하였다.


소화 실험은 2단계로 구분하여 진행하였으며, 1단계에서는 현 기준에 따라 상부 주수 스프링클러만을 적용하였으며, 2단계에서는 기존 상부 주수 스프링클러에 하부 주수 시스템을 추가로 적용하여 수행하였다.


실험 결과, 1단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팩의 열폭주 지연 방지는 어려우나, 인접 차량 간 화재 전이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확인하였으며, 2단계에서는 전기차의 배터리 팩 열폭주가 약 50%만 이루어졌음을 확인하였다. 1, 2단계 실험결과상부 주수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는 차단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도 현재 기준의 스프링클러만 작동해도 옆에 있는 차로 화재 전이가 생기지 않았고, 차 아래에 물을 뿌리는 주수 시스템을 추가했을 경우 배터리 열폭주가 50% 감소했다고 합니다. 결국 청라 화재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게 문제를 키운 주요 원인입니다.


“전기차라서” 혹은 “중국산 배터리를 달아서”가 아니라요.


만약 이 차가 야외에 세워져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스프링클러 없이 노출된 야외에서는 연기가 그대로 확산될 것이고 소방관 출동 후 물을 뿌릴 때까지는 차의 연소를 막거나 지연시킬 혹은 제어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할까요.


내연기관차라도 후드 안쪽이나 차 바닥 등에서 발생한 불을 끄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주 월요일인가에 올린 글에서, 전기차를 지상에 세우는 것보다 내 아파트 혹은 내 거주지 주차장의 스프링클러 점검을 언제 했는지, 작동 시험을 해달라고 관리사무소에 말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전기차 자체를 문제 삼으면 결국 그 차를 타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불신, 반목으로 밖에 이어지지 않습니다. 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관련된 내용들은 댓글에 링크로 달아 두겠습니다.


#전기차화재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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