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하고 튼튼하고. 도심형 세컨카로 딱인 전기차
지프의 첫 전기차인 어벤저입니다. 차 크기는 4m를 조금 넘는 컴팩트 사이즈인데 휠베이스가 2562mm로 준중형급 정도는 됩니다. 헝가리에서 생산한 54kWh 용량의 CATL NCM 배터리를 얹었고 115kW(154마력) 모터로 앞바퀴를 굴립니다. 국내에는 파노라마 선루프나 운전석 마사지 시트 등이 더해진 고급형 알티튜드(5640만 원)와 기본형인 론지튜드(5290만 원) 두 가지 모델이 나옵니다. 서울 기준 보조금이 441만원이고요, 지자체에 따라 최대 69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차는 작으나 든든한 느낌을 줍니다. 각진 왜건형 보디인데 전면 라이트 등이 사각형인 것은 랭글러-레니게이드로 이어지는 둥근 라이트 계열이 아니라 아쉬울 순 있어도 플래그십인 그랜드체로키에 가까워 고급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 곳곳에 숨어 있는 이스터에그들을 찾는 재미도 있고요. 저 망원경은 운전석 아래에 있는데, 망원경 시선이 도착하는 앞 승객석 위에는 별들이 있다지요. 다른 지프의 이스터에그들이 역사적(첫 차인 윌리스 MB 등)인 의미가 있다면 어벤저에서는 좀 더 재밌고 지금의 고객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네요. 지붕의 무당벌레는 나중에 오너마다 컬러를 다르게 입혀도 재밌을 듯 하네요.
기본적으로 큰 차는 아니라 여유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어도 앞자리 만큼은 넉넉합니다. 여기저기 수납 공간이 많아 뭔가 이거저거 넣기 편합니다. 센터 콘솔에 핸드백 등을 넣기 좋더군요.
2열은, 다리 공간이 좀 빡빡한데 1열 시트 아래도 발이 들어가니 그리 많이 불편한 건 아니고요, 등받이 각도가 적당하고 엉덩이쪽 쿠션이 넓어 불편하진 않습니다. 머리 공간이 충분하고 옆 시야도 괜찮고요.
아무리 막내라도, 또 전기차라도 지프는 지프입니다. 접근각-여각-이탈각에서 동급 어느 누구보다 더 여유가 있고요, 최저지상고도 200mm인데 배터리팩 아래는 쉴드를 대고도 233mm입니다. 요즘 전기차 화재의 원인 중 하나라 의심되는 배터리 충격에 이은 단락 등을 충분히 막을 수 있겠더군요. 사실 전기차가 아니라, 또 랭글러 같은 차가 아니라도 ‘Jeep’의 이름을 단 차라면 늘 그래왔습니다. 컴패스도 200mm여서 같은 도심형 SUV 중에서도 오프로드 성능은 남달랐거든요. ’지프만의 험로 주행 성능‘은 사실 진짜 험로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일반도로에서는 ’더 튼튼한 차‘가 됩니다.
주행 느낌도 든든합니다. 단단한 한 덩어리 같이 움직이는데, 승차감은 의외로 쫀쫀합니다. 노면의 소음이나 모터 작동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데 내장에서 가끔 잡소리가 좀 있더라고요. 이거야 뭐 고객용으로 출고하면 잡힐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지프는 이 크기의 작은 차를 만들어 본 경험이 많이 없습니다. 컴패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랭글러 2도어가 가장 작았는데 이거야 뭐 다른 종류니까요. 그래서 지금 어벤저의 느낌은 은근 그룹사 안에서 이 분야 장점이 큰 푸조나 시트로엥의 그것이 연상됩니다. 어벤저는 지프 브랜드 최초로 2023년 ’유럽 올해의 차‘에 올랐는데, 어쨌든 집안 형제인 푸조 208이 2020년 올해의 차였거든요. 좋은 장점이라면 공유하는 거죠.
주행거리는, 계기판이 보이시듯 73% 잔량에 274km입니다. 알티튜드의 국내 공인 주행가능거리가 292km인데… 음??? ㅋㅋㅋㅋㅋㅋ 유럽 WLTP 기준으로 400km를 받았다니 아마도 국내 실 주행거리는 300km대 중반은 넉넉히 나올 것 같습니다.
에코-노말-스포츠의 온로드 주행 모드 외에 샌드-머드-스노우의 오프로드 모드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보디 기준의 오프로드 성능에 더해, 이런 전자장치도 사실은 여타 브랜드와 다릅니다. 결국은 ‘얼마나 저런 길에 대한 경험’이 있느냐와 ‘브랜드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거든요. 좀 더 빡빡한 오프로드를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지프도 전동화 추세에 본격 참여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순수전기차가 있느냐 없느냐는 다르거든요. 물론 전 라인업에 BEV를 고를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을텐데요, 개인적으로는 랭글러로 정통 오프로드를 즐기고 어벤저로 도심 출퇴근을 비롯한 환경 기여를 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에 빠져 있다는 건 이런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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