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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n 09. 2021

Since 1960, 故 노회찬 의원의 단골 평양냉면

서울시 중구 남창동 부원면옥


얼마 전부터 재래시장에 자리 잡은 노포 냉면집을 다니며 남한의 냉면인 진주냉면은 <교방문화>에서 꽃 피운 미식의 결정체이자 지배계층의 식도락이었던 반면 남한에 자리 잡은 <북한의 냉면>은 서민의 일상 음식이 아녔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재래시장의 평양냉면 식당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유동 우이시장의 곰보냉면, 청량리시장의 할머니냉면, 남대문시장의 부원면옥 등으로 이어진 <재래시장의 노포 냉면 로드>이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냉면 월드의 주류는 <함흥냉면>이었건만, 평냉에 관한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되며 평양냉면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이제는 14천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부원면옥의 은혜로운 가격의 메뉴판

그러다 보니 남대문 <부원면옥>을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것은 <가성비>이다. 그러나 60여 년 동안 4대째 명맥을 이어온 노포의 가치가 가성비로만 평가받는 것은 몹시 서운한 일이다.


다른 이들의 평가는 전분 비율이 높아 면이 너무 매끈하고, 육수는 은은한 육향 대신 달달하다는 평이 대다수이나 그 역시 노포가 60여 년 전부터 지켜왔던 이 집만의 레시피 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군 냉면>집들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의 기호에 알게 모르게 맞춰왔을 가능성이 높다. 재래시장의 냉면집들은 대중보다는 한정된 지역 안의 <시장 상인>을 상대로 해왔으니 본인들의 레시피를 고집했을 공산이 크다.


우선 자리에 앉으면 절임무와 면수를 주는데, 어두 튀튀 한 면수에선 메밀향이 꽤 진하게 난다.

평양냉면을 받으면 이 식당의 주방장은 어떻게 육수를 냈는가 싶어 면 타래를 풀지 않고 두어 모금 맛을 보는데 감초나 양파 등 단맛을 내는 재료가 들어갔는지 육수가 달달한 편이다.


면은 우리가 익히 먹는 함냉과 평냉의 중간 굵기인데 매끈하다. 분명 면수에서 메밀향이 났는데 맛은 밋밋한 데다 오히려 함냉에 가까운 매끈한 식감이다.

아마도 이 부분이 <평냉덕후>들에게 아쉬운 평가를 받는 대목 같은데 나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내온 노포의 레시피라 생각하면 아쉬울 것도 없다.


평양냉면은 결국 면과 육수, 고기 고명의 조합인데 의외로 슴슴함이 지나쳐서 고개를 갸웃거리다 보니 테이블의 간장과 식초병이 눈에 들어온다. 특이한 것은 간장병보다 식초병이 크다는 것이고, 확 들이부을 수 있도록 구멍이 크다는 것이다.

주인장의 의도가 있겠다 싶어 식초를 과하다 싶을 만큼 넣으며 간을 맞추다 보니 좀 더 맛이 또렷해진다.


이 식당은 불편하게도 2층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그 끝에선 돼지기름에 튀기듯 <빈대떡>을 굽고 있다. 냄새를 맡고 식당에 들어서면 주문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1장 단위로 팔다 보니 혼밥족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내가 방문한 시점엔 4대째 아드님이 빈대떡을 구우시던데 겉은 크런키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 추가잡설

전쟁과 개발 시대를 거친 한국에서 노포라 불리려면 약 50여 년의 나이를 가져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도 뚜렷한 기준이라기보다는 노포의 가치를 발굴해온 <박찬일 쉐프>가 그리 말씀하신 것일 뿐 딱히 노포 업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도 말하기 힘들다.

난 노포의 기준을 좀 더 너그럽게 30살로 본다.

대를 물려 이어져온 식당을 노포의 사전적 정의라 한다면 한세대를 20년으로 보고, 2대째의 반을 더하면 30년이다.


오늘 부원면옥에서 작고하신 <노회찬> 의원의 사인을 보고 노포는 그 자체로 식당과 고객과 그 지역의 역사가 묻어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성향은 그와 달랐으나,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 중 한 명이기도 했다. 2005년 당시 작성한 노회찬 의원이 34년 단골이랬으니 이 식당은 그와 함께 세월을 보낸 곳이라고 해도 무방할테다.


카운터 앞에 나경원,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응원 메시지와 사인이 주욱 배치된 것을 보니 괜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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