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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l 09. 2021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해주냉면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옥천냉면황해식당

남한에 자리 잡은 이북의 음식은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란 온 실향민의 이동 경로 및 정착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1.4 후퇴 당시 국군을 따라 남하한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휴전선에서 가까운 속초 청호동에 자리 잡고 집단 촌락을 형성하니 이곳이 바로 <아바이마을>이다.

갯배를 타고 들어가는 속초 아바이마을과 아바이순대

아바이마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북 음식으로는 든든한 내 편인 아버지처럼 내용물이 실하고 듬직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아바이순대와 갈비의 함경도 사투리인 가리로 만든 국밥이 있다.


청계천변 을지로와 오장동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메카가 된 것 역시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이 모여 살며 자연스레 수요와 공급이 어우러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도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서울에 안착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어 성장했지만, 북한 황해도 해주 지역의 냉면은 인구가 많지 않은 백령도와 경기도 양평 옥천지역에 자리를 잡으며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오히려 백령도와 양평군 옥천면에 자리 잡은 해주 냉면은 인구밀도가 적은 곳에 실향민 집단 촌락을 이루며  냉면 타운을 만들어냈다는 측면에서 속초 아바이마을과 굉장히 유사하다.


재미있는 대목은 절대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은 오히려 이북의 지명으로 불리는데 반해 해주 냉면은 남한의 지명을 따서 백령냉면, 옥천냉면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분명 두 냉면 모두 황해도 해주라는 지역에서 나왔으나, 각자 특성이 강한 <배다른 형제>에 가깝다.

위로부터 해주냉면의 계보를 잇는 백령도 냉면과 옥천냉면

백령도의 해주 냉면은 한우잡뼈를 우린 육수를 사용하여 육수가 흰색을 띠고, 특산품인 까나리 액젓으로 간을 사용하기에 시큼 쿰쿰한 맛과 향이 있는 반면 옥천의 해주 냉면은 돼지육수에 조선간장을 가미하여 육수의 색이 거멓고 메밀에 전분을 섞어 만든 면이 평양냉면에 비해 굵고 통통한 것이 특징이다.


지역에 따른 냉면의 개성이 워낙 강하고, 이미 평양과 함흥냉면에 마니아층을 선점당한 것도 해주 냉면의 인지도가 낮은 원인이다. 그나마 1980년대 마이카(My Car) 시대가 도래하고, 1990년대 여가 문화가 퍼지며 수도권 가까이 드라이브하기 좋은 양평의 옥천냉면이 인천의 백령냉면보다는 좀 더 인지도를 쌓은 모양새다.

옥천냉면 황해식당

수도권 근교 나들이 나섰다가 경험하는 양평의 맛이다 보니 사람들이 가장 알아주는 곳은 6번 국도 대로변에 자리한 <옥천냉면황해식당>이다.


한국전쟁 발발 후 황해도 금천에서 피난을 내려온 부부는 부산에서 지내다  종전 후 하루라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경기도 양평으로 올라왔다. 부부는 구슬 같은 샘이 있다 하여 옥천(玉泉)이라 불리는 곳에 잠시 거처를 정하고 궁여지책으로 금천에서도 만들었던 냉면을 팔게 되니 이 시기가 1952년이요, 바로 옥천냉면황해식당의 시작이자, 이북 음식인 해주냉면이 남한 경기도 양평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다.

옥천냉면과 완자, 무짠지

이 식당에서는 여타 냉면집에서 만나기 힘든 존재감 강한 곁들임 메뉴가 존재하니 바로 큼지막하게 부쳐낸 완자이다. 통통한 메밀면에서 나오는 구수한 맛과 조선간장의 짭조름함, 돼지고기 육수의 감칠맛 등을 한층 더 조화롭게 해주는 것은 2년 이상 염장해 숙성시킨 무로 만들었다는 무짠지요, 식탁과 위장을 든든하게 해주는 것은 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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