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강화도 향토음식, 젓국갈비와 약쑥시래기밥

인천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로 678, 「마니산 단골식당」

by 권오찬

강화도의 음식 문화는 갯벌과 산과 들을 품고 있는 섬이라는 복합적인 공간, 그러나 바다로 인해 육지와 단절된 공간, 그로 인해 고려 시대 대몽 항쟁 기간 수도로 기능했던 역사와 문화 등이 결합되어 전국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독창적인 특징을 지닌다. 여기에 젓갈과 산채를 기반으로 한 식문화가 더해져 강화도 음식의 정체성을 더욱 빛나게 한다.


강화도 소재 고려천도공원의 고종 사적비

강화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인 젓국갈비는 고려 시대 고종 19년(1232년) 몽골의 침략에 맞서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도로 천도하며, 강화도는 38년간 고려의 임시 수도 역할을 하였는데 이 시절 왕실에 진상했던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강화도는 해상과 산악 지형에 약한 몽골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천혜의 요소였으나, 실상 중앙 정치 무대에서 강화도는 변방 중의 변방일 수밖에 없는 단절된 섬이었을 뿐이었다. 몽골 침략으로 인해 갑자기 왕실과 조정, 그리고 군대가 강화도로 들어오자 백성들은 지역 자원인 돼지를 도축하고, 갯벌에서 얻은 새우젓으로 간을 하여 급히 왕실 음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현재에도 강화도는 한반도 전통 발효 식품인 젓갈(새우젓과 밴댕이젓 등)의 주요 생산 유통 중심지로 서해안 갯벌의 풍부한 해산물을 기반으로 한 지역 특화 시장을 품은 곳이다. 게다가 새우젓은 소금보다 저장성이 뛰어나고 다량 조리시 간을 맞추기가 쉬워 경제적이었으며,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했을 테니 젓국갈비는 고려 이후로 무려 8백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강화도의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갈색팽이버섯을 한껏 올린 단골식당의 젓국갈비

젓국갈비는 새우젓의 발효 정도와 사용량,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식재료 등에 따라 비슷한 조리법을 사용한다 해도 식당별로 맛의 편차가 큰 편이라 호불호가 제법 있는 음식인데, 내가 젓국갈비를 경험한 식당은 1970년 문을 열어 마니산 입구에서 2대째 운영 중인 「마니산 단골식당」이다.


이 집은 젓국갈비뿐 아니라 강화도의 또 다른 특산품인 사자발쑥을 이용한 '약쑥시래기밥'이라는 걸출한 메뉴도 겸비하고 있는 데다 십 수 가지 한반도 토종 버섯으로 맛을 낸 버섯전골 요리가 아주 제법으로 알려져 있다.


마니산 단골식당의 젓국갈비가 다른 식당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다양한 버섯의 활용이다. 특히 한반도 토종 「갈색 팽이버섯(일명 감나무버섯)」을 고명으로 듬뿍 사용하는데, 이 버섯은 쫄깃한 식감과 특유의 흙내음으로 젓국갈비의 풍미를 한층 깊게 만들어낸다.

젓국갈비와 순무김치를 올린 약쑥밥, 밴댕이젓

밑반찬으로는 강화도 특산 순무김치와 밴댕이젓 등이 제공된다. 순무김치는 특유의 쌉싸레한 단맛과 아삭함으로, 밴댕이젓은 바다를 품은 짠맛과 해산물향으로 전골의 맛을 보완한다.


공깃밥 대신 별도로 주문한 「약쑥시래기밥」은 강화도에서 자라는 사자발약쑥으로 만든다. 사자 발톱 모양의 잎을 가진 이 약쑥은 혈액 순환과 피로 회복에 효능이 있으며, 마니산 단골 식당은 이를 바탕으로 특허와 상표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함께 제공되는 된장찌개는 표고와 느타리 등 다양한 버섯과 집된장으로 끓여내는데 버섯의 천연 감칠맛과 된장의 깊은 풍미가 어우러져 약쑥시래기밥의 담백함을 풍성하게 채운다.


강화도의 향토음식은 이 지역의 산과 바다가 식탁 위에서 만나 조화를 이룬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식당 평가 기준인 미슐랭은 '일부러라도 찾아갈 가치'의 크기에 따라 선정 등급을 나누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내 기준으로는 3 star도 아깝지 않을 만큼 대단히 훌륭한 경험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