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우리는 가끔 서로가 부재한 지난날들에 대해 이야기해.
그곳은 외로워서 우리를 이해할 사람은 너와 나뿐이라고 간단히 믿어버려.
그러면 그립지 않은 시절도 추억이 되곤 해.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차라리 더 늦게 만났더라면.
이런 아쉬움은 삶의 어느 순간에도 서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이미 우리는 가장 완벽한 시간에 만났다는 걸 알잖아.
너는 선명하고 네 눈엔 더없는 확신이 있어.
전시장을 거닐다 무릎을 꿇고 청혼하는 너를 보며
나는 무너져내려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네 앞이니까.
우리는 각자의 빈곤도 절망도 안아줄 수 있을 테니까.
우리는 다르지만 네 몸은 내 품에 들어맞아.
너와 나는 달라서 끝없이 서로를 발견해.
너와 함께할 여생도 그럴 거야.
세상에서 제일, 너를 사랑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