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마지막 날이다.
직장생활을 했던 시절에는 상반기 결산이라는 명목아래 큰 짐을 내려놓는 듯한 홀가분 마음으로 실적 마감을 하고 퇴근했던 그 날이다. 이제는 가정을 돌보는 주부의 역할로 돌아왔지만 그럼에도 상반기를 결산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 월간 성찰을 쓰면서 내심 뿌듯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언제 여름이 다가왔는지도 모르게 아이의 하굣길은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입고 집에 돌아왔고, 두 아이가 여름에 입어야 하는 옷들이 작아져서 정리를 하느라 분주한 초여름을 보냈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보이고 그 시간만큼 나는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운동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계획은 그래도 절반 정도는 성공한 거 같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후에 소파에 늘어졌던 의미 없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일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밖을 나서는 일을 시도했으며 그 결과 주 2회 정도는 1시간 이상의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처음 몇 주간은 힘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었던 시간들보다 오히려 탄력적으로 오후 시간을 쓸 수 있었고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와 현실적인 성과가 나오는 부분에서 많은 부분을 내려놓으려 노력하고 있다. 길고 긴 여정에서 내려놓음이 얼마나 많은 마음의 수행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에 내려놓고 다시 채우고 비우기를 하고 있다. 결국은 아이들도 나와 다른 인격체임을 인정해야 하는데 아직은 엄마인 내가 붙들고 있는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놓을 수 있고 이미 놓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내 가느다란 실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으면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잘 다져가고 있다.
이번 달은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계획했던 몇몇 일들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냈다. 가보고 싶었던 '국제도서전'에 다녀왔으며 저명한 출판사와 작가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통해 다시금 읽어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한 협업요청으로 소중한 기회를 만들었다. 출간하는 작가님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였고 이 기회를 통해 일단 시작하고 도전하는 자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올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요즘 들어 가장 마음을 울리는 말은
"일단 그냥 해!"
고민하고 망설이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래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해보지 않고 고민하는 시간보다는 부딪히고 깨지더라고 시작하고 힘겨워하며 버텨내는 시간이 내게 필요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달은 일단 시작했고 경험했으면 작은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 마음먹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냥 시작해보려고 한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다시 돌아오더라도, 실패하면 아파하고 힘들어하더라도 '일단 그냥 해!'라는 생각으로 첫걸음을 시작하려 한다.
7월의 시작도 특별한 다짐은 없다. 일단 그냥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