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의 상반기가 지나가고 다시 7월이라는 한 달이 지나가면서 올해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곱씹어보게 된다.
아이들이 커가고 있고 큰 아이가 초등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여름방학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조급해지기도 하지만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방학 때 주어진 여유로운 시간에 해맑기만 하다.
첫 번째 일상
학교에 다녀오면 학원에 가고 숙제를 하며 바쁜 일상이었지만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었던 수학, 과학 체험전에 다녀왔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스케줄을 조정하고 둘째 아이의 하원시간까지 늦추면서 이렇게 힘들게 가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출발하기도 전에 지쳤었지만, 도착해서 행사를 둘러보는 아이의 표정에서 내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느꼈다. 또래 형들이 알려주는 재미있는 미션들과 체험 그리고 게임들로 아이는 신나 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또한 즐거웠다. 일단 움직이고 참여해 보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겪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다. 아이들은 아마도 어른들이 느끼는 배움의 몇 배이상으로 더 많이 느끼고 배웠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어찌 보면 소소한 일상 중에 하루인 일과였겠지만 엄마의 기대만큼 아이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자라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야무진 꿈을 꿔본다.
두 번째 일상 그리고 여행
올해는 지인 찬스를 써서 강원도에 있는 리조트에 다녀왔다. 친구들과 함께 국내리조트에 다니면서 즐겁게 보냈던 일들도 생각나고 이제는 남편과 나 사이에 두 아이까지 네 식구가 함께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오고 가며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도 남편은 괜찮다는 말로 운전을 기꺼이 했고 덕분에 가족들은 편안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터울 큰 두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일이 버겁고 힘들기만 했는데 이제는 제법 여유로운 시간도 생겨서 한결 나아졌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좋은 공기를 마시고 뜨거운 햇볕을 받으면 물놀이를 하고 이른 아침에는 샛소리를 들으면서 산책을 하는 일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래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여행에 가서 재충전을 하고 오는구나 하는 깨달음에 혼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충분히 여유로웠고, 힘들었지만 즐거운 기억을 많이 담고 왔다.
세 번째 일상- 읽고 쓰는 삶
소설과 수필을 좋아한다. 티브이를 어느 순간부터 멀리하고 활자를 가까이하는 일상이 내 생활 깊이 자리 잡은 순간부터 소설과 수필은 글 속에 존재하는 드라마이자 예능이 되었다. 예전만큼 미디어에 크게 노출되지 않지만 미디어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지 않다. 그리고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읽는 삶이 더 소중하다고 느낀다. 내가 고르는 책의 유형은 잠깐이라도 머리를 쉬게 해 줄 수 있는 소설이나 수필이 대부분이었지만 함께 읽는 사람들과 읽는 책은 장르도 다양하고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의 책들이라서 추천 책 들이 더 없이 반갑다. 내가 혼자 선택을 했다면 섣불리 뽑아 들지 않았을 책들이 대부분이었고,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한 나 혼자 만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기쁨이 몇 배로 커지기도 한다. 그리고 쓰는 삶이 버거워진 요즘, 이렇게 라도 한 달간의 나의 일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유지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 달간 내 생활의 대부분은 바삐 흘러갔지만 그 속에서 질서를 찾고 편안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묻어 있어서 제법 잘 지냈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은 많이 더운 날들이 꽤 기다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작은 기쁨과 감사한 일들이 생길 거라는 묘한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제 잘 마무리하고 다음 달의 일상을 편안하게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