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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by 신아

짧지만 임팩트 있던 방학을 마무리하고 아이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제자리가 가정인지 사회에서의 학교 그리고 어린이집인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서는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아침이면 모두 각자의 활동영역으로 나가기 시작하니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생긴 듯하다. 방학 동안 첫째 아이와의 전쟁 그리고 둘째 아이의 생활을 습관을 잡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했고 그 조력자로 남편도 같이 동행하고 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 달여 기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니 바쁘시간이었지만 한가했던 시간을 보냈던 날들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조금 더 많은 책을 읽기도 했다.


첫 번째 일상


첫째 아이의 공부 독립과 둘째 아이의 학습과정을 밟기 위한 과정을 시작했다.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내가 알아서 할게!'를 목놓아 외치던 첫째 아이와의 기나긴 대화 끝에 한 걸음씩 뒤로 가며 놓아주는 엄마가 되려고 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못 놓아주고 어설프게나마 계속 붙잡고 있으려 했던 건 나의 불안감 때문이었을 거라고 깨닫게 되었다. 한번 기다려 보자고 기다려 줘야 성장하는 시간을 본인이 맞이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믿으며 이제는 정말 천천히 놓아주고 있다. 열 마디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마디만 하고 열 번 화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꾹 누르며 한 번만 다시 세게 힘주어 말하고 있다. 잘 성장해 나가리라고 믿고 싶다. 본인이 직접 겪어보고 느껴봐야 더 멀리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자유롭게 놀기만 하던 둘째 아이를 조금씩 엉덩이 붙이고 견디는 시간이 필요한 교육을 시작했다. 기껏해야 20~30분 남짓되는 시간이지만 '힘들어요' 하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가위질을 하는 아이에게 무한한 칭찬을 건네주고 있다. 어서 빨리 두 아이 모두 공부 독립하기를 바라며......


두 번째 일상


아이들의 방학과 신경 써야 할 소소한 일들이 있었지만 한 달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다.


* 나태주 - 나태주의 풀꽃 인생 수업

* 백수린 - 여름의 빌라

* 백희성 - 빛이 이끄는 곳으로

* 성해나 - 혼모노

* 데이비드 에거 - 어른의 영향력


마음이 분주하니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필요했고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복잡한 머릿속의 상념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마음이 복잡하고 몸이 힘들 때는 무엇인가를 읽는 과정을 통해서 회복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딜 가나 책 한 권을 들고 움직이는 일상이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좋은 책을 권해주는 일들이 많았다. 지인들의 책 추천 그리고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이 어느 날 책을 들고 있지 않은 나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시며 오늘은 책을 안 가지고 오셨다고 말을 건넸다. 바삐 나오느라 깜빡했다는 말에 그럼 책을 권해줘도 되겠냐고 조심스레 물으셨고 권해주신 책은 새롭게 접해보는 분야의 소설이었다. 다른 사람이 권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 평생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건축'이라는 분야의 글을 읽을 기회를 스스로 만들일은 없었을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소중한 인연이 생기고 그로 인해 좋은 경험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일상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바로 실천하는 쪽을 택했다. 생각해 보면 사소한 결정부터 중요한 결정까지 고민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했던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낸다면 더없이 귀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고민이 있으면 기계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머리 한쪽이 무거워지며 자주 맥을 놓고 집중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최대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결정을 빨리 내리고 바로 움직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정의 일도, 가족 구성원의 일도 그리고 나 자신에 관한 일까지도 말이다. 물론 계획한 대로 모두 다 100%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시도하지 않고 망설이다가 놓치기 보다는 일단은 시작하고 겪어가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 훨씬 더 이롭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은 무더위에 에어컨을 키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간간히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치열하게 지나온 여름에 감사하고 천천히 다가올 가을에 감사하게 된다.


다가오는 가을은 조금 더 여유롭게 준비된 마음으로 천천히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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