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5.
언제부터인가 드라마나 시리즈로 하는 작품들을 챙겨보는 게 힘겨워졌다. 집안일을 신경 쓰고 아이들을 챙기고 매일매일 조금씩 읽어야 하는 책이 항상 있으니 드라마나 티브이를 챙겨 보는 건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고은이 나온다는 '은중과 상연'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를 알게 되었다. 대강의 시놉시스는 알고 있었다. 과거 절친이었던 친구가 말기 암환자로 10년 만에 나타나서 스위스로 존엄사를 하러 가기 위한 여정에 동행해 줄 것을 제안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슬픈 내용이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신도시에서의 아이들의 갈등 내용과 내가 자라온 환경이 너무 비슷했고, 나이대도 거의 일치해서 보는 내내 크게 동요하는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다.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일들이라고 생각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이제는 너끈히 20년도 더 된 일들이었다. 이제는 정말 까딱 하면 다 10~20년 된 일들이니 '라테는 말이야'를 무의식 중에 많이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번 시작한 드라마는 멈출 수가 없었고 정말 오랜만에 집중해서 단숨에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는 먼저 긴 여행을 떠난 친한 언니가 그리고 대학시절 이후 소원해진 친구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직 그리 오래 살아온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절인연이라고 생각되는 인연들이 있었다. 저 마다의 사연으로 그리고 사건으로 인해서 멀어지고 또다시 가까워지고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내 곁에 굳건히 지켜주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인생이 많이 외롭지는 않은 거 같다.
드라마의 여운으로 하루 이틀 뒤숭숭한 감정이 뒤엉켜 있을 때, 고등학교 친한 친구들의 단톡방에서 알림이 울렸다.
'카톡'
"그거 봤어? 은중과 상연! 너무 재미있어. 배경이 되는 동네도 그렇고 딱 우리 나이대 이야기야!"
'잘 됐다!' 싶은 마음으로 드라마를 본 소감을 줄줄이 써내려 갔다. 그리고 대화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을 때 또 다른 친구가 합류하면서 이야기했다.
"아휴! 잘 됐다. 나 그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다행이다. 이런 수다를 떨어줄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사진출처 :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