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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본다 [05]

그 어떤 순간에도

by 빛방울

오늘의 글감 : 요즘 내가 바라보는 것


"아이구, 예뻐라. "

저절로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말.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다. 아이들이 아가일 때. 지나가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나와 온 가족이 아가에게로만 온 마음이 모아지던 시간들. 아가와 내내 붙어있다가 재우고 나서 혼자 있을 때에도 아가 사진, 영상을 보며 하루를 온통 너로 채웠던 시간.


TV 화면의 만화 캐릭터를 보며 웃는 아가. 그런 아가를 보며 웃는 나의 모습들. 이제 그런 시간들도 훌쩍 지나버렸지. 지금은 아이들이 뭘 보며 그렇게 깔깔거리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 도대체 아이에 대해 뭘 알고 있는 싶을 정도로 잘 모르는 시기. 내내 온 마음과 온 눈과 온몸으로 하나가 되었던 시간들은 그저 기억 속에 머문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지금도 어쩌면 여전히 나는 아이들을 향해 있다. 엄마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아이고, 내려놨어요!"

그런 말을 하더라도 전혀 내려놓을 수 없는 엄마의 마음.

나는 여전히 아이들을 본다. 문이 닫혀 있어도 문 너머에 있는 아이들을 본다.


문을 넘어 저 너머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세계가 궁금해서 멀리서 쳐다본다. 그러다 닫힌 문이 열리고 아이가 말을 걸어오면 그렇게 고맙다.

"엄마, 오늘 있잖아. 음악 수행평가를 보는데 선생님 앞에 있으니까 손가락이 떨려서 4번이나 틀렸어."

"엄마, *짜증 나! 왠지 기분이 너무 나빠."

별일 아닌 이야기도 내게 털어놓으면 오늘따라 조잘대는 게 좋아서 웃게 된다.


엄마는 언제나 해바라기. 자식이 뭔지 내내 쳐다만 봐.

내가 뭘 보는지 한참 생각했는데 내가 요즘에도 젤 많이 보고 있는 건 나의 아이들이다.

지랄 맞게 굴고 괘씸한 행동을 내내 하더라도, 어쩌다 이쁘게 행동하면 그걸 다 넘어가주고 용서해 줄 수밖에 없으니. 이건 무슨 인연의 법칙인 건가.


아이들의 어이없는 행동에 괘씸하고 화가 나서 씩씩거리다가도, 그 순간에도 배고플까 봐 밥을 안치고 식탁을 차려 주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엄마.


열린 문으로 아들의 발이 보인다. 왼발에 오른발을 올리고 '정류장' 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들의 굵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우리 아들, 이런 노래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한 구절을 기억하고 찾아보게 된다.


아이코, 이를 어쩌지?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가 금세 눈물이 글썽거리게 되는 건, 그냥 엄마니까 아이들을 너무 사랑한다는 거겠지? 미안한 마음, 아쉬운 마음, 속상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한데 뒤섞여서 어딘가를 건드려도 금세 터지고 마는 곳이 많지.


책모임에서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그 이야기의 귀결이 아이들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

내가 한순간도 빠짐없이 내내 바라보고 있는 것은 결국 나의 아이들.


싹퉁머리 없이 밉게 구는 아이들, 그에 질세라 소리치고 화난 얼굴을 하며 밉게 구는 엄마인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또 바닥을 치곤 하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사실이 있다면, 언제나 아이들을 향해 있는 내 눈길과 내 마음. 뽀송뽀송한 아가이든 거칠기 짝이 없는 큰 아가이든. 물론 바라보는 눈빛의 세기에 엄청 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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