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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경영을 아는 디자이너가 열어가는 미래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

by 송기연

경영을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디자이너는 왜 경영을 알아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할 수 있다. 디자이너 역시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과 견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이 살아남고, 살아가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그 과정에 디자인이 도움이 되려면 최소한 동일한 언어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이라도 말이다.


디자인이너의 무대는 산업계다.

학자는 학계에, 연구자는 연구계, 교육자는 교육계가 주요한 무대다. 디자이너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해서 산업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전쟁이나 재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클라이언트 같은 대상이 함께 있다. 이들이 같이 생존해야 한다. 아니 생존을 넘어 경쟁자와 싸워 이기려면 살아남기 위해 협업해야 한다.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 언어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강요하기 어렵다. 그건 주와 객이 전도된 형상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에 속하면서,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누구나 경영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은 그들만의 무대가 있다. 디자이너인 우리의 무대에서 그들과 협력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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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여러 조건이 함께 할 때 비로소 빛이 난다.

투자와 관심, 그리고 제대로 된 활용이 더해지면 디자인이 빛나고, 디자인이 빛난다는 것은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빛난다는 말이다. 이 논리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경쟁우위 요인이 된다. 자연스러운 이 흐름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시나리오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디자이너이기 전에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여러 번 반복하는 얘기지만 디자인은 혼자 설 수 없다.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어야 하며, 이를 활용하는 주체인 클라이언트, 즉 기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업의 모든 원리는 경영에서 출발하고 경영적 판단과 결정을 한다. 생각보다 뛰어나지 않은 디자인이 성공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시장은 디자인을 얼마나 잘했느냐로 성공의 순서가 정해지지 않는다. 우수한 자원과 뛰어난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이 수행될 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디자인은 그 과정의 좋은 수단이 된다.


누가 디자인을 겉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는가.

겉'만'꾸미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런 자극적인 표현으로 디자인의 한계를 굳이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겉'이라고 쓰고, 가치를 폄훼하는 그것이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1차적 목표다. 겉이 아름답지 못하면 제아무리 속이 좋다고 해도 주목받기 어렵다. 디자인의 1차적 목표는 예선 통과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야 비로소 결승무대에 가까워질 수 있다. 기업의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디자인의 우선 역할도 마찬가지다. '속'에 해당하는 콘텐츠를 잘 파악하고, 정리하고 분석해서, '겉'에 아름답게 반영해야 한다. '겉'을 등한시하고, '속' 위주로 집중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세상에는 차고 넘친다. 게다가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달려 나가고 있다. 할 수 있는 데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다시 말하지만, 디자인은 '겉'만 예쁘게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겉'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1차 목표다.


경영에서 디자인은 그래서 중요하다.

오늘날 스타트업에서 글로벌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온다. 우리 디자이너의 역할은 자명하다. 1900년대 초 발명의 시대에는 창의적 발상을 형태로 구체화하는 역할이 중요했다. 지금은 인공지능의 발달과 무수히 많은 제품과 서비스의 범람시대 아닌가. 이럴 때 다시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속'인 콘텐츠를 잘 이해하고, 이를 '겉'으로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것. 이것이 경영에서 디자인에게 원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조형교육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것은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지는 기발한 결과물을 위한 생각과 질문이다. 운영은 다음 문제다.


이렇게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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