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 이런 비유일까,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손으로 만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거두겠다는 말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분명 이전에 보았던 지브리의 모든 작품들과는 그 결을 달리 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작품들의 요소들을 하나로 모아 자신의 아카이브를 오마주의 향연처럼 표현했지만 정작 지브리스러우면서 지브리스럽지 않은 미야자키의 아주 개인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너무 달라서 기대감과 다르게 아쉬웠던 부분부터 말하자면 바로 오디오의 공백, 그리고 열어도 너무 열어놓은 해석과 스토리 전개이다. 삶의 모든 가능성을 제안하다시피 열어놓은 것 같은 그의 개방적 전개는 몰입을 너무나 힘들게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모든 지브리 작품마다 상징적으로 등장했던 음악의 부재가 크다. 지브리는 모든 작품마다 그의 상징성을 음악을 들으면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넣어두었다. 하지만 엔딩 음악을 요네즈 켄시의 지구본이 엔딩 크레딧을 장식할 뿐 정작 영화 속 장면을 대변하고 상징하는 음악으로는 다가오지 않았다. BGM이 전혀 없이 동작과 성우의 목소리만으로 이끌어가는 초반 전개는 시각과 청각을 아예 구분하게 들릴 정도로 이질적인 느낌을 가져오는 동시에 다소 무료한 전개라 느껴진다.
항상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그린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번에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삶의 회환을 그대로 토해내고자 하는 배출구처럼도 사용했다는 느낌도 든다. 너무 많은 소재와 요소들을 은유와 함께 표현하여 하나로 통합되어 보이지 않고 개별적으로 따로 노는 부분도 하나의 아쉬움 중에 하나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정말 이 시대에 가장 위대한 거장의 마침표와 같은 작품이라는 것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지금까지 피부로 접했던 인생들을 나열해서 보여주며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듯한 작품이다.
세상 이루는 기본적인 형체들을 정말 아슬아슬하게 서로가 묘한 균형을 이루며 쌓아온 장면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서 설명하는 젠가 할아버지를 보며 세상이 뭣이 중한지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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