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합격하고, 작가 신청을 위해 써놓은 글들과 강하게 기억되는 순간들을 쓰고나니까, 또 다른 스토리 전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을 잡지 못해, 한 달은 거의 손을 놓은 상태인 것 같다.
그래도 작가라는 명칭이 주는 설렘은 간직하기에, 늘 제목도 생각해 보고 어느 부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은 계속했다.
그 와중에 브런치에서 "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나고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자주 올려 주세요""라는 문자를 받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누군가, 나의 시선으로 써 여지는 글을 기다린다는 사실이, 새삼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린다는 뿌듯함으로 날 자극했다.
내식으로 써는 일기에만 길들려 진 내가, 누군가가 내 글을 본다는데 대한 약간의 압박감이 삶의 긴장감을 주고 있다.
베이비 시터 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쓰고 싶은데, 자칫 남의 사생활을 들추는 것 같은 불편함에 시작도 못하고 서성이고 있고,
그 외, 지난날 세 아들을 키우는 얘기를 하자니 스토리가 한 곳에 머무는 것만 같았다. 이런 고민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무엇보다 나의 시선이라는 점에 , 포커스를맞추고, 순간순간 생각나는 것들을 써내려 가야겠다고, 다시 설정을 하고 나니 펜을 들 수 있었다.
나는 노트에 기본을 쓰고 휴대폰으로 글을 올린다. 흰 종이만 보면 괜히 설렌다.
이 순간도 습작 노트에 생각 나는 대로 써내려 간다.
약간의 추운 날씨는 작가의 쓸쓸함도 느끼게 해주는 최적의 순간이다.
몇 년 전부터 늘 일기를 썼다.
쓰다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내 기록이라서, 한 번씩 읽어 보면 그때 내가 그랬었구나~~ 하면서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는 폰으로 일기도 썼었다. 2년쯤 쓰다가 폰을 교체하면서 절반 이상이 달아나 버린 후로 다시 노트로 쓰기 시작했다.
역시 노트에 펜으로 쓰는 맛이 찐 맛이다.
추워지는 날씨에 돋보기안경을 쓰고, 노트에 뭔가를 써내려 가는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바라든 내 노후의 모습 이기도 하다.
지금의 내 모습이 멋지다.
베이비 시터로 첫 번째 만난 현이는 딸이 없는 내게 딸 같은 아이다. 현이 엄마도 날 큰언니처럼 생각해서, 가끔씩 만나 쇼핑도 하고 맛집도 가고 카페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제 만났는데, 현이 담임선생님께서 전화를 해서, 현이를 너무 바르고 밝게 잘 키웠다고, 현이 엄마가 대단하다고 전화 왔었다고 한다. 나한테 잘 키워줘서 감사하다고 또 말한다.
현이와 나는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전화 통화도 하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서로 믿음이 돈독하다. 현이 6살 때부터 성장일기를 썼다. 현이 고등학교 들어가면 준다고 했고 만나고 나면 꼭 기록한다.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성장 일기 몇몇 부분을 얘기하며 웃기도 한다. 현이와는 끝없이 많은 대화를 하는데 내가 부르는 참새와 허수아비를 듣고 감동적이라고 말하는 나와 결이 비슷한 아이이고 친구다. 현이의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면서 부러운 게 별로 없는데 딸 키우는 친구가 부러웠다. 현이를 통해 딸 키우는 맛을 제대로 느껴봤고 현이는 영원한 내 딸 이기도 하다. 현이와의 얘기도 앞으로 쓸 거다.
지금 케어하는 남아 쌍둥이는 16개월에 만나서 31개월째 보고 있고 3월 초쯤 유치원에 가면 계약 기간 만료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얼마나 귀여운지 늘 웃는다.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서로의 감정을 얘기하며 동화책을 통해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브런치에 쌍둥이와의 좌충우돌하며 케어했든 얘기도 언젠가는 쓸 거다.
베이비 시터의 삶은 내게 많은 에너지를 준다. 주 5일 하고 주말 쉬고, 월요일에 출근하면 그사이 커져 있는 걸 느낀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난 재미를 못 느끼는 걸 싫어한다. 재미가 없으면 재밌게 만들어 버린다. 재미있게 사는 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