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후반에 남편을 만나 사업을 하면서 돈을 꽤나 벌었다. 부동산붐이 한창인 80년대 후반에 땅투기로 돈 맛을 보기도 했다.
돈 벌기 쉽다도 생각한 때도 있었다.
그때의 돈은 남보다 내가 잘났다고 느끼게 해 준 자만의 돈이었다.
좋은 차 타고 카폰을 달고 비싼 음식점 다니며 생색내는 보여주기식 돈이었다.
내 곁에 사람들이 오래도록 있을 거라 착각하게 하는 돈이었다.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다가 능력밖의 투자를 하면서 돈이 내 곁에서 떠나가 버렸다. 빚과
세 아들만 남겨두고 떠나가 버렸다. 내가 도움 준 사람도 많은데, 왜??
돈이 떠난 후 오래도록 생각해 보았다. 그냥 난 마음을 나눈 게 아니라 비즈니스만 한 게 아닐까 생각됐다. 필요에 의한 만남만 했기에 필요성이 없어니까 다 떠나버린 건 아닐까?
처절한 바닥을 보고 나니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인 건 아직은 삼십 대 후반이라서 살 날이 더 많다고 생각하니까 살아볼 만하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난 행운아 인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좀 더 일찍 깨달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지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할 시간이 주어 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돈은 얻어려고 노력한다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는 걸, 열심히 살면 적당히 살 수는 있다는 걸 알아갔다.
빚을 안고 돌려 막기 하면서 살다 보니 돈이 나를 갖고 놀았다. 처참하게도 하고 서럽게도 하고 비굴하게도 만들면서 날 흔든다. 그 속에서도 돈 또한 부질없음도 알아갔다.
필요한 돈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는 돈 그렇다면 돈의 가치를 내가 정해서 천 원을 만원처럼 만원을 십만 원처럼 돈을 대접하는 지혜가 생겼다.
없어도 내 처지에 맞게 써면서 최대한 즐기며 행복한 마음으로 돈을 대접했다.
타인과 비교하면서 주눅 들지 않고 비싼 음식이 아니라도 싸게 산 재료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아들과 먹었고 서로의 일상과 변화에 대해 늘 공유했다. 돈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명품엔 별 관심이 없었다. 만 원짜리 가방이라도 당당하게 들고 다녔다. 나 자신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