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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장 May 31. 2024

뻔하다고 안 읽으면 뻔해지지 않을까요

뻔한 내용 안보는 사람은 뻔하드라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삶의 통찰력을 느끼게 해주면서 유쾌하게 읽은 책이 있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책인지는 함구하려고 한다. 괜한 토를 다는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자칫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벗어날까 싶어서다. 구태여 여기서 책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으므로 양해를 부탁드린다.


해당 책의 저자는 상담 전문가로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지혜롭게 사는 방법과 정보들을 전하고 있었다. 서점에서는 그 책을 자기계발서로 분류되긴 했지만 나는 에세이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어쨌든 책의 분류보다 중요한 건 그 책이 너무 따뜻하고 재밌는 책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내 주위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했었다.


여기서 이제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A는 원래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는 사람이다. A는 내가 추천한 책에 호기심을 가지고 구입해서 보고 있다고 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나도 뿌듯했다. 호의를 관심으로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B는 자기계발서는 다 거기서 거기라며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를 무시하는 느낌이 든 건 차치하더라도,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그러니 당황스러웠고 나아가 연민이 느껴졌다.


똑같은 도서 추천에 책을 통해 이미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더욱 지혜를 더할 기회로 삼았고, 안그래도 독서가 필요해 보이는 사람은 뻔한 내용이라며 회피했다. 원래 부자가 더욱 부를 축적하는 법이고 거지가 더욱 가난해지는 법이다.


물론 자기계발서의 내용이 다 거기라고 생각할 순 있다. 하지만 책마다 저자마다 겪은 경험이 다르고 전하는 내용도 다르다. 똑같은 핵심 메시지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조망되기도 하고, 색다른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공자도 세 명이 걸어가면 반드시 그 중에 스승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저자의 생각과 경험이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 책인데 그러한 책들 중에서 허튼 책이 있을까 싶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매슈 루버리 지음)」을 보면 1943년 3월 제2차 세계대전 스몰렌스크 전투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러시아 군인 레프 자세츠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사람은 읽기를 통해서만 사물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으며,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읽기를 익힌다는 건 마법의 힘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해력을 상실한 그의 말을 통해 읽기 자체가 평범하지만 위대한 능력임을 보여준다. 꼭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문명사회의 사람은 읽어야 한다. 단순한 국민이 아닌 더 나은 사회와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시민은 읽어야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뻔하다고 여겨지는 책도 한번 펼쳐보고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범상치 않은 삶을 산 저자의 글은 예사롭지 않은 깨달음을 주기에 더욱 그러하다.


인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삶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살아가야 한다. 그런 과정속에 당연히 고전을 포함한 책은 필수다. 책은 지식과 지혜의 정수(精髓)다. 꼭 내가 모르는 학문적 지식과 새로운 사실일 담겨야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은 아닐 것이다. 뻔한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어도 일독을 권한다. 뻔하다고 읽지 않는 사람은 그 삶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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