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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글 Jan 10. 2024

너에게 쓰는 편지 29

첫 아르바이트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나 까페,

고깃집과 공장까지

수시결과 발표가 나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늘고

알바@을 뒤지면서

면접도 보고  그러더니

드디어 오늘 첫 출근!



1층 할머니는

그 시급 내가 줄 테니

알바 하지 말라시며

너를 말렸지만

경험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다행히 집과 가까운 곳이라 안심하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빠랑  마실 겸 마중을 나갔지

후문이 열리면서

자그마한 직원 둘이 나오는데

앗~  우리 딸이네!


너의 키에 반만 한

봉투를 들고 수거장에 가져다 놓고

2번째 봉투는 조금 무거운지 두 손으로 들기도 하고

처음 껴본 머리망에

반팔차림의 네 모습이 더 작아 보여서

안쓰럽더라



집에서는 한 번도 안 해본 일,

특히 지난 일 년은

수험생의 특권으로 모든 집안일에서 제외

그랬는데,

쓰레기봉투를 나르고

아마 설거지도 하고 걸레질도 했겠지

네,  작고 고운 손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물론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지만

몸보다는 머리를 쓰는 일이기를

가능하면 억지로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 네 밥벌이가 되기를

바래본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드디어 네가 나왔어.

애써 웃어 보이지만

녹록지 않았을 첫날이 느껴지더라

설거지 할 땐 장갑을 꼭 끼라 했더니

그럴 여유가 없다는 대답에

하긴..

이런저런 이유 다 달고 편히 일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 싶어

수긍했어.

좋은  핸드크림을 사주는 걸로

걱정은 대신하기로.




조리화를 잘못 이해해서

다시 주문하며

처음 보는  이 신발을 신고

주방에서 분주할  네 모습에

이제,

내 품에서 떠나가는구나 싶다.



온전한 한 사람으로 살기를 시도하고

어른으로

첫 발자국을 내딛는 너를

언제나 응원해!



그러다 힘들면

언제든 다시 기대도 돼.

돌아와도 돼.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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