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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글 Jun 04. 2024

녹음을 시작했다

어느날, 너무 보고싶을 때, 너무 듣고싶을 때를 위해


뉴스에서 어떤 사건들의 녹취파일에 대해 보도할 때 

그런가보다 했었다.

어찌 저리 증거(?)를 준비했을까.. 

정도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러다가 문득, 

녹취는 어떻게 하는거지 하고 폰을 들여다봤다.


통화에 자동녹음 기능이 있다는 것을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십수년이 되었음에도 모르고 있었다.

필요가 없었으니 굳이 찾아보지 않았을거다.


여든 둘의 아버지의 체력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으시다.

드시는 양도 많이 줄었고 하루에 너덧번 

낮에도 주무시는 모습을 본다.


유명인의 부고를 접하면

그들의 나이에 아버지나 엄마의 나이를 대보고

가슴이 철렁한다.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두분이 안계신 어느날

너무 보고싶을 때

목소리가 너무듣고 싶을 때

들어보려고

녹음을 시작했다.

일상의 통화




-  엄마 어디야~


노래 교실 끝났어, 이제 집에 갈거야.


-  마트앞인데 뭐 사갈거 있어요? 

    저녁에 뭐 해먹지? 


아빠가 부추 뜯어놨어, 저녁에 정구지찌짐 해먹지 뭐





아파트위 아래 층에 살면서

매일 보고 매일 얘기하고 매일 함께 밥을 먹는 우리

이별 후엔

남들보다 

더 많이 슬퍼하고 더 많이 그리워하게 되리라는걸 

함께 한 시간이 많을수록

감당해야하는 슬픔이 그리움이 배가 되겠지만

넘치게 받은 사랑으로 

기꺼이 견뎌내리라 생각해본다.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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