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감초 채소.
식물 키우기의 시작은 강인한 종을 고르는 것부터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작부터 너무 어려운 식물들을 선택하면 관리하다 지치거나, 수많은 실수들로 식물들을 죽이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집에서 요리를 만들고 남은 '파'가 좋은 선택지가 된다.
씨앗을 구매해서 파종하는 방법 외에 마트에서 사 온 파의 밑동을 잘라서 다시 키우는 방법도 가능하다.
파는 다른 어떤 채소보다 물꽂이가 쉽고, 성장이 빠른 편이다.
요리의 고명으로 사용하거나, 파무침을 만들어 먹고 난 후, 파의 뿌리 부분은 남겨두었다가 물꽂이를 한다.
이때 화분에 옮겨 심을 개체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께가 두툼하고 상태가 좋은 뿌리를 고르는 것이 우선이다.
성질이 급한 파들은 물꽂이 다음날이면 실뿌리가 돋아나기 시작하고 초록잎이 올라오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물러져서 녹아 없어지는 것들도 생겨난다.
덕분에 화분에 정식하기에 건강한 개체를 선별하기 용이한데, 이때 매일 물을 갈아주어야 뿌리 발달에 실패해 녹아 없어지는 개체들로부터의 물 오염을 막을 수 있다.
이상한 몇몇 개체가 전체를 망치는 문제는 사람 사는 세상이나, 식물들의 환경이나 동일한 것을 보면 신기하다.
파뿌리의 물꽂이는 대략 2주가량이면 충분한데, 잘 자라난 파를 화분에 심기 전에 뿌리를 조금 다듬어 주면 파뿌리가 흙에 활착 할 때 도움이 된다.
물론 게으른 식집사는 물꽂이의 기간을 건너뛰고 바로 화분에 심어주기도 하는데, 이 경우 모든 개체의 성장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렇게 심어둔 파는 대략 2주가량이면 잘라먹을 만큼 자라나는데, 나의 경우 여러 파뿌리를 한 달 이상 키웠다가 순차적으로 수확한다.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파의 줄기도 곧고 굵게 자라나서 현지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상태가 된다.
해외의 파를 보면 '실파' 같은 비주얼이 흔한데, 이곳의 파도 다르지 않다.
나의 고향은 한국에서 대파로 유명한 지역이라서 이곳의 파를 처음 보았을 때 적잖게 당황했었다.
한국의 대파와 이곳의 것은 그 종이 전혀 다르므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자라난 파를 밑동에서부터 가로방향에서 싹둑 잘라내지 않고 낱낱이 줄기를 뜯어내는 방식으로 수확하면 한국의 대파와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수확할 경우 새로 올라오는 줄기를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파의 몸통 두께를 살찌우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파 밑동 부분의 하얀 속살 부분을 많이 맛볼 수 없다는 것은 언제나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기간에 화분에 심은 파들도 그 성장 과정이 모두 같지는 않다.
일조량과 화분 흙의 차이, 그리고 병해충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성장이 더딘 파들은 하얀 밑동이 보이도록 잘라내어 수확해 준다.
성장이 느린 개체의 줄기를 댕강 잘라내는 충격을 준 후, 다시 건강한 줄기를 올려 낼 수 있도록 영양을 보충해 주고 두 번째 성장 기회를 준다. 이렇게 해도 성장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뽑아내는 수밖에 없다.
키워낸 파는 줄기를 낱장으로 수확한 것과 밑동을 잘라서 수확한 것들을 섞어서 수확한다.
요리마다 필요한 파의 컬러나 부위, 모양이 다르므로 적절한 모양과 부위의 파를 골라서 수확하는 것이다.
파는 바로 사용할 만큼만 수확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성장에 방해가 될 만큼 줄기가 무성해지면 미리 수확해서 잘게 잘라둔다.
자른 파는 밀폐용기나 비닐팩에 담아 냉동 보관하면 급하게 음식을 준비해야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버려지는 채소의 양도 최소화 할 수 있다.
남편과 나 모두, 평일의 세끼는 회사에서 해결하고, 주말 이틀만 집에서 밥을 해 먹기 때문에 한 주간 정성스레 물을 주어 키워낸 채소들은 주로 토요일 오전에 수확을 한다.
키워내고 있는 20여 가지 종류의 식물들 중, '파'는 빠지지 않고 소쿠리에 담기는 채소이다.
우리 집 부엌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채소이기도 하고, 성장이 빨라서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뿌리 파리의 공격을 받거나 바람에 꺾여버린 잎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주말 아침, 해가 뜨기 전 화분에 물을 충분히 주어 뿌리를 깨우고 물 흡수를 기다린다.
그 사이 마른 잎이나 가지를 제거해 주는 주말의 루틴이 끝나면 부엌에서 큰 소쿠리나 메탈 트레이를 가져와 마당에서 자라난 채소들을 수확하기 시작한다.
잎이 넓적하게 자라나는 다른 채소들 사이에서 길쭉한 키를 자랑하며 진초록색을 띠는 파는, 그 존재감이 확실한 편이다.
수확한 파는 부엌으로 가져가기 전 마당에서 1차 세척을 하는데, 다른 잎채소들과는 다르게 간단한 물 세척만으로도 색이 선명해지고, 흔한 흙먼지도 많지 않아서 키우는 시작부터 수확까지 식집사의 노고를 덜어주는 녀석이다.
세척한 파에서 품어져 나오는 알싸한 매운 향이 주말 아침임을 실감하게 한다.
제법 커다란 트레이에 키운 채소들을 담아 부엌으로 향하는 발길은 항상 가볍다.
채소가 필요하니 어쩔 수 없이 들렀던 북적대는 마트를 찾는 일이, 이제 한 달에 한번 정도로 빈도가 줄었다.
여러 식물들 중에서 채소 위주로 화분텃밭을 일구는 이유다.
그렇게 한참을 자급자족하던 파의 성장이 더뎌지면, 개중에 굵은 녀석을 캐내어 잔뿌리들을 다듬어 다시 심어주면 처음처럼 건강하게 자라난다. 그리고 가끔 마트에 굵은 파가 들어오면 한두 단을 사서 화분 파들의 세대교체를 해 주곤 한다.
최소한의 관리와 노력으로 건강하게 자라주는 파를 키우는 일은 이리 단순한 것들의 반복이다.
사 와서 사용한 밑동은 다시 심어 수확하고, 한참을 자급자족하다 새로운 파를 추가해 심어주는 것이 전부이다.
이런 단순한 반복 속에서 생활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이 신기하다.
필요한 것을 심고, 먹고, 가꾸고..
이번 부활절 연휴에는 지난 3개월간 고생해 준 파들을 다른 화분으로 옮겨 심어주고, 뭉쳐서 자라난 녀석들의 뿌리 나눔도 해 줄 생각이다. 그리고 일부는 오래도록 두었다가 처음으로 파 꽃을 틔워 씨앗까지 채종해 볼 계획이다.
동그란 민들레같이 피어나는 파꽃을 볼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화분텃밭의 파들을 챙겨본다.
https://www.youtube.com/shorts/gCxYAGNser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