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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ah Jan 12. 2024

아주 멀고 긴 시간들을 달려 내가 가고 있습니다

내가 왔다 꼬레아!

15년 만의 나의 첫 해외여행, 한국

한국인으로의 마지막 한국여행

날 만나줄 사람이 없으면 어쩌지 걱정은 잠시, 도착과 동시에 둘째 주까지 약속이 잡혔다. (첫 주 며칠은 자가격리)


약속을 잊어버리더라도 달력에 스케줄을 절대 넣지 않던 즉흥 왕인 나였는데, 넘쳐나는 약속에 머리가 감당이 안되어 결국 난 스케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한국 여행 초반에는 그렇게 스케줄이 많은 것이 아니었는데, 워낙 미국에서 여유롭게 생활하기도 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 이어 적응이 안 됐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아니 처음이었다. 강원도 철원을 떠나 본 경험이라곤 학교 소풍(롯데월드, 에버랜드)이 다인 나는 철원에서 미국으로 도시경험 없이 바로 이민을 왔기에 지하철 경험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갔다. (다섯 손가락도 많을 수도..)


하지만 파워 E, 해맑디 맑은 긍정의 아이콘 ENFP인 나는 용감하게 한국의 지옥철에 뛰어들었다. 모르면 물어 물어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다가설 때마다 사람들의 놀란 표정과 경계심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지내보니 그렇게 다가서는 도(를 아십니까) 전파자와 각종 판촉 행사자분들 때문이었다. 난 진짜 이런 사람 아닌데 혹시 길을 잃을까 약속 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하곤 했다.


지하철, 편의점 첫 경험 인증샷

여행 초반, 아무것도 모르는 날 위해 새언니가 나서 주었다. 대중교통과 동네 주변 편의시설 이용하기 전 설명을 해주었고, 쇼핑의 센스를 알려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을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었을까? 새언니가 가장 멋져 보였을 땐 혼자 쇼핑을 가서 사 온 구두에 장식이 떨어져 당황한 날 위해 전화로 환불을 받아냈을 때! 난 확실히 느꼈다. 새언니는 나보다 어리지만, 아! 역시 어른이구나!


편의점은 너무나 신기했고, 쇼핑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이쁜 옷은 왜 이렇게나 많은 건지 나의 눈을 멀게 했으며, 돌게 했다. 사실 난 살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편의점이 신기해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들려서 1+1을 샀는데, 그중에 제일 만족했던 것은 15년 동안 그토록 그리워했던 삼각김밥이었다. 먹어보니 과연 이것을 내가 15년 동안 그리워할 만한 게 맞았나 싶었지만 그래도 그 그리움 때문이었는지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황금 같은 한국에서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매일 다짐하며 시간을 쪼개서 쓴 나 파워 대문자 E 여자 사람의 나름 흥미진진한 한국 적응기를 소개하고 싶었으나.. 입대하고 훈련받고 적응하느라 벌써 일 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나버려 한국 적응기가 아닌 다시 한국 기억 더듬기를 해보려 한다.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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