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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석 Aug 14. 2022

결국 끝나야만 하는 시작

비영속성에 대한 고찰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면,

해는 동쪽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며 떠올라

온 세상을 지긋한 눈빛으로 천천히 바라보다

들어가 보겠다며 서쪽 너머의 지평선 아래로 들어갔다.

그러자 달이 나타나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고

해의 뒤를 쫓아가겠다며 벌써 중천을 넘어가고 있다.


계절은 어떠한가.

산뜻한 바람이 분홍을 실어 나르는 봄.

땅이 분홍으로 물들고 태양이 가까워지다 보면

점차 푸름의 기운이 짙어지며 여름이 온다.

하늘은 높아지고 여름의 색깔은 옅어져

선선함과 가득한 가을이 눈앞에 다가온다.

차디찬 쓸쓸함과 사람의 온기가 공존하는

겨울은 주인공인 마냥 마지막에 찾아온다.


해와 달은 서로의 꼬리를 쫓고

계절은 끊임없이 굴러가는 것처럼

모든 것은 돌고 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작에서 뻗어나가 도달한 끝은

곧바로 우리를 또 다른 시작선으로 데려다놓을까?


따스한 햇살과 푸르른 하늘 아래에 누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서로 투닥거리며 장난치던 날.

한적한 강변에 맥주 한 캔을 들고 강변에 걸터앉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바람을 맞으며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날.


1년 간의 고생을 수많은 이에게 인정받으며

행복이 분에 넘친 나머지 눈물로 터져 나왔던 그 해 가을

항상 옆에 있어주며 온기를 나눠줄 것 같던 존재가

한 줌의 모래로 돌아가 마음에 큰 구멍이 남았던 그 해 겨울


그날, 그 계절

끝나버린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시작한 일에는 끝이 있다는 것.

도화지에 어떤 선, 어떤 모양을 그리기 위해서는

결국 펜을 도화지에서 떼야하는 순간이 있는 듯,

어떠한 일이든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마지막의 순간에는 끝이 있다는 것.


당연하다고 보이는 이 진리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지혜를 한 가지 전한다.


슬픈 일에도 끝이 있을 테니

견디다 보면 슬픔을 느끼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고,

행복함에도 끝은 있을 테니

평생 안주하기보단 뒤에 찾아올 슬픔에 대비해야 한다.


반대로 바라보자면,

행복함에도 시작이 있을 테니

언젠가는 행복이 가득한 시간이 찾아올 것이고,

슬픈 일에도 시작이 있을 테니

그전에 지금의 행복을 충분히 느껴야 할 것이다.



어렵게 시작된 관계에도 끝이 있을 테니

서로가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을 때에

각자의 온기를 열정적으로 나누어어야 한다.

우연히 시작된 삶의 시간에도 끝이 있을 테니

지구라는 땅을 딛고 서있는 지금에도

나와 내 삶에 꾸준히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




문장을 시작하는 '줄바꿈', 문장을 끝마치는 '마침표'

비록 투명한 친구와 조그마한 친구이지만,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경험이라는 문장보다도

이 두 친구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때로는 삶이라는 글의 전체를 파악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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