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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석 Nov 10. 2022

그 때의 삶, 그 때의 시간

각자의 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


어느 대학생이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바람들이 나라는 점을 중심으로 모여

내 주위를 격렬하게 둘러싸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태풍 한가운데에 위치하게 되었다.


조금만 옆으로 가도 거센 바람에 날아가고,

바람에 몸을 맡긴 잔해들이 내 옆을 빠르게 지나가고,

언제 바람이 마음을 바꿔 나를 휘몰아칠까 노심초사하고,

그렇게 걱정과 불안에 갇혀있는 상태이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마음을 담은 대학생 옆으로,

거북이 등껍질 마냥 배낭을 멘 한 어린이가 지나간다.

얼굴에는 아무런 걱정과 근심이 배어있지 않고,

양손에 쥐고 있는 용수철 장난감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만이 담겨있다.


천진난만함을 보며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들었다.

순수하게 눈앞에 있는 갓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금 그 순간을 살아냄에 걱정이 없는,

그런 어린아이의 모습이 마냥 부러웠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안의 태풍과 어린아이의 평화로움을 바라보며

되지도 않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순진무구한 어린이 뒤로 어느 직장인이 지나간다.

옷차림새를 보아하니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모양이다.

얼굴에는 행복의 기운이 엿보이면서도,

형용할 수 없는 피로의 기운이 새겨져 있다.

똑같은 일상, 지나간 시간의 흔적일 테다.


문득 저 직장인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졌다.

내가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부러워했듯,

내가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듯,

직장인 또한 나를 보며 대학생의 체력과 패기를 부러워하며

그때의 청춘을 다시 겪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린아이의 삶이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듯,

나의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되찾고 싶은 시간일 테다.

나는 누군가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과 그 감정들이

누군가는 바라고 있는, 귀중한 시간일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나는 마음속의 태풍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너는 지금의 나를 힘들게 하려고 나타난 거야?

아니면 내가 너를 만들어 내고 스스로 힘들어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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