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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하 Apr 15. 2024

숙주나물 인생과 콩나물 인생. 당신의 선택은?


요즘 한창 샤브샤브에 빠져있다. 정신없는 평일,  점심 도시락으로 이 만한 메뉴가 없다. 재료를 냄비에 한꺼번에 텋어 넣고 8분만 중불에 익히면 완성되는 건강하고 든든한 한끼다. 


이 매력적인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가 있다. 바로 콩나물이다. 한번은 어느 유튜버가 샤브샤브에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넣는 것을 봤다. 호기심어린 마음으로 나도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사서 넣어봤다. 콩나물보다 식감이 부드러워서 샤브샤브 특유의 물컹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잘 어우러 졌다. 내 취향을 저격하는 아이였다. 이제는 콩나물 말고 숙주나물을 사야지~!

정신없이 평일을 보낸 후 여유로운 주말, 무슨 음식을 만들어 먹을까 고민하며 냉장고를 본 순간, 잔뜩 풀이죽어있는 숙주나물을 발견했다. 콩나물이었다면 아직도 생생했을 텐데, 예기치 못한 숙주나물의 약함에 당황했다. 죽기 직전의 숙주나물을 서둘러 꺼내 볶음밥에 냅다 집어넣었다.


모든 것이 한때다. 요즘 내 마음과 머릿 속에 자주 맴도는 문장이다. 모든 것이 한 때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만큼 소중한 게 없고 그 순간만큼 나에게 사소한 게 없다. 이 문장을 습관적으로 되뇌이다 보니, 주변에 크게 개의치 않고 나의 삶을 꾸려나가는 의연함을 지닌거 같아 든든하다. 


모든 것이 한때다. 숙주나물을 무가치하게 치부해버리는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숙주나물의 그런 특성을 보니 그 문장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한때다. 처음에는 보기 좋고 매력적이어서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 오래 두고 보니 무상한 것임을. 사실 강한 것은 큰 매력없이 담담하게 자기자신을 지키고 있던 콩나물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콩나물같은 인생을 살건가, 숙주나물 같은 인생을 살건가.

본디 자극적인 것을 피곤해하고 선호하지도 않을 뿐더러, 극락보다는 고통이 없는 지금의 한결같음에서 차오르는 행복이 좋다. 콩나물 같은 인생이 좋다. 


그렇게 오늘 점심 도시락은 콩나물을 넣은 샤브샤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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