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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Mar 10. 2024

보보 인형 실험

Bobo Doll Experiment

보기만 했을 뿐인데 학습이 될까? 이에 대한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1961년에 보보 인형 실험(Bobo Doll Experiment)을 고안해 공격적 행동을 하는 모델을 본 아이들이 폭력적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모방학습 효과를 입증했다. 단순히 보기만 했음에도 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이 실험을 관찰 학습(Observational Learning)이라고도 부른다.  이 실험이 의미 있는 까닭은 인간은 직접적 경험과 보상을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학습이 일어남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보보 인형 실험(Bobo Doll Experiment)은 3~6세 유아를 대상으로 설계되었다. 실험실 안에는 성인(연구원) 한 명이 기다리고 있고 유아는 유아가 놀이하는 구역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이를 한다. 성인 구역에는 보보 인형이 있는데 보보 인형이란 아래에 무게추가 달린 풍선 인형으로 아무리 넘어뜨려도 다시 일어난다. 유아들에게 성인이 장난감 망치로 보보인형을 신나게 때리는 것을 10분 정도 지켜보게 한다. 이를 10분간 지켜본 유아는 다른 장소에서 장난감 망치와 보보 인형이 주어지자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재현하며 놀이했다. 성인이 보인 폭력성을 그대로 모방하고 학습한 것이다. 




아이들은 계획되고 의도된 대로 배우지 않는다. 외려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을 더 쉽게 학습한다. 아이들은 그들에게 의미 있는 타자인 교사나 부모의 말투와 행동을 기가 막히게 따라 한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목표로 계획적으로 의도한 표면적 교육과정보다도 의도하지 않았던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더 많이 학습한다. 실제로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부모나 형제자매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나 어투, 행동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를 위해 만 4세 유아를 관찰할 당시 "불쌍한 내 인생"이라는 말을 하는 걸 듣게 되었다. 간식 시간에 모닝롤과 우유를 간식으로 주었는데 보통은 모닝롤을 다 먹고 더 먹고 싶어 하는 유아가 있으면 모닝롤을 더 준다. 그런데 그날따라 모닝롤이 여유분이 없었다. 혁수(가명)는 모닝롤을 매우 좋아하는 활달한 성향의 남아이다. 그 반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성격이 밝고 유쾌하며 거침없다. 더 먹고 싶어 빨리 먹고 교사에게 모닝롤을 하나 더 달라고 했다. 여유분이 없자 교사가 이 사실을 말했고 혁수는 실망한 나머지 "불쌍한 내 인생"이라는 혼잣말을 웅얼거렸다. 만 4세 유아가 사용할 만한 어휘는 아니었기에 어떻게 그 말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유아 면담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이러했다. 그 반의 인기아인 동준(가명)이가 그 말을 사용하는 걸 듣고 자신도 그 말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준이에게 그 말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초등학교 고학년인 형이 한 명 있는데 어린이날 부모님이 형은 어린이가 아니라 선물을 줄 수 없다며 자신에게만 선물을 사주었다는 것이다. 그때 형이 "불쌍한 내 인생"이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이 기억에 남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무심코 들은 말도 학습이 되어 모방을 통해 그럴만한 상황이 되면 발화하게 된다. 그 말을 들은 또래아도 그 말을 학습해 발화하게 되고 유행처럼 그 말이 그들이 속한 학급에서 통용된다. 무심코 들은 말도 이러한데 하물며 눈으로 보고 관찰한 것은 어떠하겠는가?




인간은 감각 정보의 80%를 시각에 의존하며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가장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시각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냥 무심코 보기만 했음에도 모방을 통해 학습이 일어나는 것이다. TV 등의 시청각 매체를 통해 본 것은 그대로 학습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정적이고 폭력적 영상물은 나이 제한을 두어 시청지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교사양성교육기관인 사범대에서도 예비교사에게 강조하는 것이 행동 모델링이다.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타자인 교사가 하는 행동 하나, 말투 하나까지 유심히 보고 그대로 흉내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교사 역할을 강조한다. 매사 바른 말과 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건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구속해야 하기에 긴장 속에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보면 쉽게 지치고 피곤해진다. 긴장과 피곤함이 누적되면 결국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가소성이 풍부한 영유아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무심코 내뱉은 말과 행동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 행동 모델링을 늘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영유아가 부모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학습해 배우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할놀이 영역에서 유아들이 아빠의 귀가 장면을 재현하는 에피소드를 관찰한 적이 있다. 아빠 역할을 맡은 유아가 딩동딩동 벨을 누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엄마 역할을 맡은 유아가 짜증스럽게 문을 열며 "또 12시야?"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했다. 이 장면을 보고 유추되는 여러 생각이 있었다. 물론 TV에서 본 드라마를 보고 재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아의 놀이 흐름을 깰 수 없어 즉각적 면담을 하진 못했기에 그날의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유아는 어디선가 보고 들은 것을 모방을 통해 학습한다는 사실이다. 엄마와 아빠를 흉내 낸 것이 아니더라도 그 유아는 분명히 그러한 장면을 목격했고 그것이 기억에 남아 지연모방을 통해 학습했다는 사실이다. '애들 앞에서는 냉수도 못 마신다'는 속담이 있는 걸 보면 부모나 교사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무심코 보았을 뿐인데 그것을 보고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부모나 교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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