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Ocean
5개월간의 항해를 하면서 얻은 한 가지 교훈이 있다.
같은 풍경, 같은 일상,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가는 날이라 할지라도 결국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단지 내가 너무나도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거대한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뿐이다.
항해 중 나의 일과는 새벽 3시 반부터 시작한다. 초직, 중직, 말직 중 말직에 해당하는 시간인데, 3시 반부터 7시 반 까지 견시 당직을 서야 한다. 견시의 사전적 의미는 '자세히 살피며 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함에 위해를 가할만한 요소가 없는지 시각, 후각, 청각을 이용하여 경계하는 일이다.
아무래도 이른 시간이고 끝이 안 보이는 수평선 너머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일이기 때문에 피로가 극대화되어 항해 초반에는 견시가 가장 고된 일정이었다. 물론 힘들다가도 바다가 선물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면 아주 잠깐 경이로움에 매료되기도 했다.
한 번은 아침 6시 반 무렵에 함수 방향으로 거대한 돌 같은 것이 보였는데, 망원경으로 보니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온 새끼 고래였다. 고래뿐만이 아니라 날치, 바다거북, 상어, 돌고래 등등 수많은 해양생물을 볼 수 있었는데,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따로 없다.
몇 번의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오늘은 어떤 이벤트가 숨어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일상에 기대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수평선 너머로 육지가 보였다.
물론 바다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물만 존재하는 곳에서 특별함을 찾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특히 군대라는 사회는 어떤 조직보다 규칙과 체계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불구라고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 특별함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꼭 찾지 못했다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돌인지 고래인지 구별조차 할 수 없다. 즉, 삶이 풍성해지는 기회를 자발적으로 박탈시키는 것이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삶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의미는 혼돈과 질서의 궁극적인 균형이다. 한쪽에는 변화와 가능성으로 충만한 혼돈이 있고, 반대편에는 오염되지 않은 절제된 질서가 있다. 의미는 혼돈으로부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다. 더 순수하고, 더 안정적이며, 더 생산적인 새로운 균형이 탄생한다. 의미는 한층 풍요로운 삶으로 향하는 길이다. 의미는 사랑과 진실만이 가득한 곳, 사랑과 진실 외에는 바랄 것이 없는 그런 곳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항해 중에 찍은 사진들이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들은 아니지만 내가 봤던 풍경과 다를 바가 없다. 사진에는 여러 화물선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육지와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해를 시작하고 하루 이틀 뒤에는 바다와 하늘만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입항 전에 찍은 사진이다. 입항 전에는 마치 하늘과 바다 사이에 검은 선 하나가 그어져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점점 입항에 가까워질수록 육지의 형태가 드러난다.
항해 중에는 오직 파도소리와 함선의 엔진 소리만 울려 퍼진다.
버뮤다 삼각지대를 지나갈 때 촬영한 영상이다. 당시 파도가 얼마나 높게 형성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심할 때는 밖에 나갈 수 조차 없다.